[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홍제동 개미마을을 수놓은 아름다운 벽화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해바라기인데요. 마을 골목 곳곳에선 높이 솟아 있는 진짜 해바라기 무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활짝 핀 해바라기 무리를 그려낸 벽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의 첫 구멍가게 ‘전주슈퍼’에 다다르게 됩니다.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동래슈퍼, 버드나무가게 등 구멍가게를 만나볼 수 있지만, 영업을 계속하는 곳은 이곳 전주슈퍼가 유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지금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고요.
슈퍼 입구엔 ‘따뜻한 커피, 맛있는 라면 끓여드립니다’라는 소박한 홍보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슈퍼 구석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라면 한 그릇을 주문하면 방금 끓여낸 라면에 찬밥과 김치까지 푸짐하게 내주시는 주인 할머니의 따뜻한 인심에 마음마저 순간 따뜻해집니다.
없는 것 빼고 있을 건 다 있는 전주슈퍼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마을 인구 때문일까요, 할머니는 요즘 들어선 하루에 손님이 스무 명 남짓, 그보다 적을 때도 많다고 하십니다.
불콰하게 취한 마을 어르신들의 술잔이 기우는 공간 속에서 멈춰버린 시간, 그리고 그 순간이 오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듯 슈퍼에서 취급하는 물건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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