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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반도의 개벽과 금융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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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지나가고 내일이면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백로이니 결실의 계절인 가을로 어느새 들어와 있는 것이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은 불과 8개월 전만 하더라도 전쟁 직전의 상태로 치달았다가 이제는 종전선언 논의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듯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의 남북 화해 시대를 맞아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되어 본격적으로 경협사업들이 추진될 경우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북한이 정상적 금융시스템을 갖추도록 북한 스스로도 노력하고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오랫동안 사회주의적 생산체제, 즉 국가계획경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금융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분권적 금융시스템이 존재할 필요가 없었고 또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국제사회로부터 투자자금을 지원받아 경제개발을 통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북한도 자본주의적 금융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체크카드의 사용이라든지 이른바 '장마당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초보적 금융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프라 개발과 같이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북한도 국제금융시스템 접근을 통해 대규모 및 다양한 방식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행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해제되어야 하고, 자금세탁방지기구를 포함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북한은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인 FATF에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과 관련해 이란과 함께 '고위험 및 비협조적 국가'로 지정되어 있어 사실상 국제금융거래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동 지정에서 해제되어 정상적 국제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향후 국제사회가 진지한 논의와 협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으로 대변되는 외화중심의 화폐유통질서를 점진적으로 청산해야 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없어 달러화, 유로화 또는 위안화 위주의 화폐유통이 이뤄지고 있는데 단일경제권이 아니면서 같은 화폐만 사용하는 경우 결국 경제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북한 원화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금융수요자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 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 단일통화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북한의 현행 금융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통해 향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금융인프라 및 금융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와 언어, 문화, 역사 등이 같은 민족이므로 향후 북한 국민들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 시 우리 금융회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으며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만큼 첨예한 이해당사자들이 충돌하는 곳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를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과 의지가 아닌가 싶다. 자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평범하면서도 한결같은 진리는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메시지이다.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한반도의 평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평화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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