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아재 개그 그리고 로큰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내러티브. 어떤 이에겐 재미있지만 다른 이에겐 뻔할 수도 있는 스토리들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단막극 또는 개그의 소재 같은 에피소드를 교묘하게 짜 맞춰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펄프 픽션(1994)'을 만들었다. 시간 많고 할 말 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선형적 서사 구조를 탈피한 영화적 시간, 다양한 캐릭터의 카오스적 존재론, 포스트모던한 시공간의 재배치 등등을 말하겠지만, 이 영화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영화를 섭렵하고 자기 멋대로 영화를 만드는 타란티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과 '펄프 픽션'은 커피를 마시거나 술자리에서, 심야의 클럽에서 아재 개그를 쉼 없이 떠들어대며 자기 이야기가 더 웃기지 않느냐며 말싸움을 하는 것과 같다.
타란티노는 오우삼 감독의 조감독이 되어 '영웅본색' 같은 영화를 찍고 싶어 하며 하비 케이틀, 브루스 윌리스, 새뮤얼 잭슨, 팀 로스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고는 떠들어댄다. 영화와 음악과 개똥철학에 대해 쉼 없이 말한다. 심지어 막 던진다. 그에게 영화는 친구들과 벌이는 한바탕 파티와도 같은 것이다. 이 영화의 로큰롤 클럽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대에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 내는 가수가 있고 메릴린 먼로와 제임스 딘처럼 꾸민 웨이터가 돌아다닌다. 그리고 벌어지는 트위스트 경연. 신발을 벗어던진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은 트위스트를 가장한 막춤을 춘다.
이때 등장하는 음악이 로큰롤의 개척자 척 베리의 '유 네버 캔 텔'이다. 로큰롤의 모태가 되는 리듬 앤드 블루스 기타 주법을 완성한 척 베리의 연주는 수많은 록 기타리스트의 교과서 역할을 했다. 무명 시절 비틀스는 척 베리의 카피 밴드였으며, 롤링스톤스는 그의 곡으로 데뷔하고 헌정 앨범을 발표했다. 비치 보이스의 '서핑 유에스에이'는 척 베리의 '스위트 리틀 식스틴'을 베낀 곡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 최초의 슈퍼스타였다면 척 베리는 로큰롤의 위대한 작가로 불린다. 혁신적인 리듬과 도발적인 내용의 가사, 파격적인 무대 매너로 단숨에 당대의 청춘들을 사로잡은 척 베리.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원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은 블랙홀처럼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로큰롤은 재즈와 함께 비주류의 문화가 당대의 주류문화로 등장한 역사상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임훈구 종합편집부장 stoo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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