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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에 숨은 ‘인권의 고리’…“죽고 싶다”는 사형수 살려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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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6시간 전, 약물 제조사 소송으로 돌연 사형 연기
日 옴진리교 교주, 내년 일왕 즉위 전 부담 없애려 23년만 사형집행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 내 사형집행실.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 내 사형집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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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잔혹한 살인범이 사형 집행을 앞두고 돌연 형 집행이 중지되자 자신을 “죽여 달라” 하소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클락카운티 지방법원이 형 집행 9시간을 앞둔 사형수 스콧 레이먼드 도지어(47)의 형 집행 판결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 엘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스콧 도지어는 2002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모텔에서 승객의 돈을 훔치다 그를 살해했고, 2005년에는 사체 훼손 도중 경찰에 체포돼 2007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갑자기 그의 사형 집행이 중단된 이유는 사형 집행 시 쓰이는 약물의 제조사가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미국 제약회사 알보젠은 네바다주가 자사 약품을 불법 구매해 사형 집행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판사가 이를 인용한 것.
당초 도지어의 사형집행에는 펜타닐, 미다졸람, 시스아트라쿠륨베실산염 이 세 가지 약물을 혼합해 쓸 예정이었고 이 중 펜타닐은 종전까지 사형집행에 쓰이지 않던 약물이다.

알보젠은 자사의 미다졸람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교도소 측에도 서한을 보내 요청했는데 이는 2014년 오클라호마주에서 미다졸람을 사용한 형 집행 과정 중 사형수가 고통 속에 사망했는가 하면, 같은 해 애리조나주에서는 같은 이유로 사형수가 2시간 동안 고통을 겪은 후 사망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약물의 조합은 개개인 반응에 속도 차가 있어 사형 집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알보젠 측은 주장했다.

결국 약물 제조사의 사용 중지 소송에 도지어의 사형 집행은 해당 사건의 심리가 결정되는 오는 9월 이후 진행될 전망. 이에 도지어의 변호사는 사형 집행이 롤러코스터냐며 강하게 비난했고, 도지어 본인 역시 지역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어떤 약물을 사용하든, 어떤 고통을 겪든 빨리 죽고 싶다”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1995년 체포 당시 아사하라 쇼코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995년 체포 당시 아사하라 쇼코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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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형수의 형 집행은 외부적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국제적 관심을 모은 일본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의 23년 만의 형 집행 또한 정부의 목적에 의해 확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세계적 인권기구인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서한을 통해 사형제 폐지 탄원을 보냈으나, 일본 법무성은 지난 6일 아사하라의 사형을 집행했다. 도쿄지방재판소가 2004년 아사하라와 공모자들을 도쿄 사린가스 사건의 주모자로 보고 사형을 언도한지 23년 만의 집행이었다.

일본의 사형집행 명령은 피해자 수나 확정 연도와 무관하게 무작위로 내려지고 있으며, 사형수의 변호사와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행 후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판결 후 23년 만에 집행된 아사하라의 사형 배경으로 내년 퇴위를 앞두고 있는 아키히토 일왕의 거취와 이어 즉위하게 될 나루히토 황태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아베 정권의 계산을 지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유엔인권위원회의 사형제도 폐지 권고를 거절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정부 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80.3%는 사형제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실제 사형 집행과 흉악범죄 예방 효과와 사형수의 인권 문제에 대한 연구는 전문가와 인권운동가의 주장을 통해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죽어서 책임지는’ 이른바 속죄성 자살 문화와 더불어 국민의 법감정에 의해 정부 역시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 집행 이후 21년째 집행이 없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15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사형제 폐지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회의 종료로 폐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22일 공개한 개헌안을 통해 1987년 처음 헌법에 등장한 사형 표현을 삭제함으로 사형제 합헌의 근거를 없애고자 했으나 국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한편 1996년과 2010년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 합헌 결정을 냈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 당시 “사형제를 유지해 도모할 수 있는 범죄예방, 국민 생명보호, 정의실현 등의 공익이 극악한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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