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지난 27일 경기 오산시 부산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인근 화단에서 숨진 여자 신생아가 발견됐다. (본지 6월28일자 온라인 기사 ‘[단독]오산 아파트 단지서 숨진 신생아 유기된 채 발견…범인은 10대 母’ 참조)
아기는 따뜻한 요람 대신 철제 사탕 용기 안에 들어 있었다. 주변의 축복과 애정 어린 부모의 손길은커녕 아파트 관계자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차가운 장맛비를 맞으며 잔디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야만 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아기를 출산했는데 숨을 쉬지 않아 죽은 것으로 알고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아기가 숨진 상태에서 출산이 이뤄졌는지를 밝히고 있다.
만약 A양의 주장이 맞는다면 사체유기죄를 적용해 처벌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형법과 판례는 ‘분만 개시설(진통설)’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태아는 진통과 함께 분만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법적 인간의 지위를 인정받는다. 아이가 이미 죽은 채로 태어났을 경우 형사 처분할 근거도 없는 것이다. 진통 전 태아가 살해되면 살인죄가 아닌 낙태죄라는 혐의가 적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여론은 둘로 나뉜다. “시신을 유기했음에도 사산아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영아 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쪽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쪽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는 법령 개정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신을 유기한 것이 분명함에도 사산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마냥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대안이 아닌 만큼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를 잘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영아유기 범죄는 2011년 127건에서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증가를 보이다가 2014년 76건, 2015년 42건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2016년 다시 109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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