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중심지에서 낙후지로
스마트도시팀 신설 등 변화 꽤해
구로구는 옛날 이 지역에 '아홉 노인이 오래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설엔 중국 당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인 백거이가 낙양 용문산 동쪽에 석루(石樓)를 짓고 시인 8명과 '향산구로회(香山九老會)'라는 시 모임을 만들어 즐긴 것을 아름답게 여겨 이름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두 유래에서 발견되는 핵심 내러티브는 아홉명의 '노인'이다.
보통 지명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혹은 대표하고 싶어하는) 기호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구로구가 노인을 지명에 담음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노인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구로구의 첫번째 유래에서 보이듯 장수도 있지만 한국의 전통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단연 '장유유서(長幼有序)'다. 간혹 '틀딱(틀니를 사용하는 노인을 비하하는 은어)'으로 비하될 정도로 노인은 더이상 공경이 아닌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듯한 오늘날이지만.
하지만 구로구는 최근 큰 변화를 꽤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융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스마트도시팀을 신설한 것이 그 출발이다. 사물인터넷(IoT)과 도시를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중심의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안전구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치매노인 안심서비스와 움직임 등 감지 정보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홀몸노인 안심서비스 등을 실시했다. 가리봉시장 시설현대화사업도 진행중이다. 윗 사람에 대한 공경에서 비롯된 옛 가치와의 공존. 오늘날 젊은세대가 잃어버린 것임과 동시에 구로구 지명에 새겨진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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