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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도시이야기]아홉 노인이 살던 구로구, 옛 것과 현대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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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 앞 노인동상.

구로구청 앞 노인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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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중심지에서 낙후지로
스마트도시팀 신설 등 변화 꽤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 지명은 호수나 강, 산, 바위 등 자연을 토대로 유래된 것들이 많다. 25개 자치구 이름에서도 '천(川)', '봉(峰)', '포(浦)', '산(山)' 등의 한자어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강서와 강동, 강남구도 기준은 강(江)이다. 하지만 예외로 자연이 아닌 사람(人)이 중심인 자치구가 딱 한 곳 있다. 바로 '구로구(九老區)'다.

구로구는 옛날 이 지역에 '아홉 노인이 오래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설엔 중국 당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인 백거이가 낙양 용문산 동쪽에 석루(石樓)를 짓고 시인 8명과 '향산구로회(香山九老會)'라는 시 모임을 만들어 즐긴 것을 아름답게 여겨 이름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두 유래에서 발견되는 핵심 내러티브는 아홉명의 '노인'이다.

보통 지명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혹은 대표하고 싶어하는) 기호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구로구가 노인을 지명에 담음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노인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구로구의 첫번째 유래에서 보이듯 장수도 있지만 한국의 전통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단연 '장유유서(長幼有序)'다. 간혹 '틀딱(틀니를 사용하는 노인을 비하하는 은어)'으로 비하될 정도로 노인은 더이상 공경이 아닌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듯한 오늘날이지만.
묘한 것은 그런 노인의 모습과 구로구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1967년 구로1공단이 설립되고 1970~80년대엔 의류, 신발, 중공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커지면서 구로구는 제조업에 기반한 한국 산업화의 중심지이자 수출 산업의 전초기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외환위기 등으로 노동자 해고와 공장 해외 이전 등 산업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점차 활력을 잃고 낙후지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구로구는 최근 큰 변화를 꽤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융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스마트도시팀을 신설한 것이 그 출발이다. 사물인터넷(IoT)과 도시를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중심의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안전구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치매노인 안심서비스와 움직임 등 감지 정보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홀몸노인 안심서비스 등을 실시했다. 가리봉시장 시설현대화사업도 진행중이다. 윗 사람에 대한 공경에서 비롯된 옛 가치와의 공존. 오늘날 젊은세대가 잃어버린 것임과 동시에 구로구 지명에 새겨진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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