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이해한다'는 말을 내뱉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내가 너의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고서야, 아니 내가 네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새 책 '타인을 안다는 착각'은 애초에 타인은 '알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저자인 일본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말이다. "사람의 뇌는 무의식이라는 의미 없는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의식 같은 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중략) 의식의 가장 위에 드러난 꼭대기 부분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니까 그 아래에 감춰진, 전제가 되는 부분은 서로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도 윗부분만 보고서 '통할 것이다'라고 쉽게 생각해버리지요."
결국 우리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누구로부터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 또 다른 저자인 정신과 의사 나코시 야스후미는 "상대방이 '나를 알아줄 것이다'라고 기대하면 알아주지 못할 때 쓸데없는 마음의 풍파가 일어납니다. 사실 알아주지도 못하고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니 책은 자식을, 부모를, 남편을, 아내를, 상사를, 친구를 알려는 억지스러운 노력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타인을 생각이나 머리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이 오히려 인간관계를 방해하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꼬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부부처럼 가까운 관계에서는 조금만 의견이 엇갈려도 '왜 모르느냐'라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바꾸어 들어요. 그래서 몇 시간씩 싸우죠. 논쟁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바꾸기란 어렵다'는 사실이지요."
그러면 어찌하란 말일까. 저자들은 쉬이 잡히지 않는 말을 해답으로 내놓는다. '세상일은 다 이해할 수도, 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사람에게 상처받았다면 사람이 아닌 것을 상대하라. 말이나 정보에 의지하지 말고 밖에 나가 체감하라.'
결국엔 걱정이 많고,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수록 '이상하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감각은 유지하되 그 일을 당장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부딪히지만 않도록 서로 조정하는 것이 바로 요점입니다. '이 사인이 나왔을 때는 말을 걸지 않는 게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타인을 안다는 착각/요로 다케시/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지비원 옮김/휴/1만3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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