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부인 첫 구속되나…불법 가사도우미는 이미 귀국

특수폭행 등 7개 혐의…檢, 이명희 영장청구
불법 가사도우미 의혹, 출입국당국도 곧 소환 계획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질문 받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폭행 관련 혐의로 대기업 총수 부인의 첫 구속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에 대해 특수상해와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총 7개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날 검찰이 특수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며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경찰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하며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조 전 전무는 폭행과 업무방해 등 혐의가 2건이었지만 이 이사장에게는 7개 혐의가 적용됐고 이 중 특수상해ㆍ특수폭행ㆍ상습폭행 등은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혐의다. 결국 구속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을지는 해당 혐의가 얼마나 인정되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찰은 피해자 11명에게서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24차례에 걸쳐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11명 중 10명은 이 이사장의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이 역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이사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는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 각각 15시간, 11시간씩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두 차례 조사에서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경찰은 이 이사장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진그룹 사주 일가의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 의혹의 핵심 증인인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들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20일께 이미 모두 고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의혹을 수사 중인 출입국 당국은 가사도우미들에 대한 직접조사 없이 혐의를 입증하기로 하고 조만간 이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지난달 가사도우미들을 회사 연수생으로 가장해 국내에 입국하게 하는 데 관여한 대한항공 인사 담당 직원들을 불러 경위를 캐물었다.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 모집을 주도한 전 대한항공 마닐라지점장도 조사해 불법 초청ㆍ입국 과정을 자세히 확인한 상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