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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안내판 최소 3개 국어 '친절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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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건설비, 인건비 절감 위해 외국인 근로자 선호…건설업 재해 해법, 공사비 현실화 선순환 구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영어는 물론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까지…. 가장 친철한 '외국어 안내판'을 볼 수 있는 곳은? 서울 명동이나 이태원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답은 흙먼지 풀풀 날리는 건설현장이다.

건설현장 근로자를 위한 안전수칙 안내판은 다국적 언어로 구성돼있다. 예를 들어 '무재해' '추락주의' 등의 단어를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주요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인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작업 능률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값싼 인건비'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이로 이한 건설업 재해 문제도 심화되고 있어 공사비 현실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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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002년 공공 공사 현장의 '최저가 낙찰제'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 근로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해마다 퇴직공제에 가입하는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9.9%, 2013년 11.6%, 2014년 15.4%, 2015년 17.0% 등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20% 가까이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외국인 근로자 수 증가는 건설업의 재해 문제 심화 요인 중 하나다. 건설업의 '사망만인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1.88로 미국 0.97, 영국 0.22보다 월등히 높다. 사망만인율은 사망자 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으로 산재 사망근로자 수를 파악하는 지표다.
한국 건설업의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설계부실, 기술력·안전의식 미흡 등의 문제와 함께 공사비 부족과 공사기간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일본 글로벌 건축설계컨설팅업체인 SFC가 세계 62개 국가의 2016년 ㎡당 건설비용을 조사한 결과 영국은 459만원, 미국 433만원, 일본 369만원, 한국은 163만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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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절감을 위해 인건비를 낮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값싼 비용으로 건설공사를 진행해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공 공사만 수행하는 전국 3121개 건설사의 2016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4.6%다. 건설협회가 2014~2017년 공공 공사 129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4건은 적자공사로 조사됐다. 현재 주요 건설사는 아파트 등 주택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적자를 메꾸는 상황이다.

조준현 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밖에서 보면 적자 공사를 왜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건설사는 일정 수준의 공사 규모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향후 사업수주가 어려워진다"면서 "공공 공사비가 적정하게 책정되지 않으면 하청업체, 자재업체, 근로자까지 연쇄적으로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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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건설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태풍, 홍수 등 불가항력에 의한 공기연장 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공기 현실화를 통해 졸속 공사의 위험을 막는 등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표준시장단가는 건설공사비 지수를 반영해 주기적으로 보정해야 한다"면서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 금지, 적정대가 지급 노력 의무화 등 공공 공사 입찰 계약 적정화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협회는 관련 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의 근원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유주현 건설협회장은 "관행화된 불합리한 공공 공사 입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공사비 정상화는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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