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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눈을 위한 두 편의 밸런스 1/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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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깨끗한 서정시라 한 사람이 있다.
눈을 아름다운 음악이라 한 사람이 있다.
나는 깨끗한 서정시를 읽으며
작년과는 다른 눈을 만나러 간다.
눈은 왜 숲에서만 흰옷을 갈아입는 걸까?
아름다운 음악은 왜 숲에서만 태어나는 걸까?

나는 작년보다 더 아름다워진 눈을 만나러 간다.
갈잎도 연못물도 단풍잎도 둥그럭불도 선생님도 철학자도 시인도 떠나 버린 겨울날
흙구덩이에 묻힌 무 싹이 노란 손가락을 밀어 올리는 날
아직도 새로 쓰일 시 같은 눈을 만나러 간다.
눈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간다.
에밀리 디킨슨의 루핑 지붕을, 루이제 카슈니츠의 오두막집을, 앤드류 마블의 연인이 잠든 침실을, 국화꽃 시든 도연명의 초막을, 제비꽃 피었다 진 소월의 무덤을, 무덤을 손으로 닦아 주는 깨끗한 눈을……


■이런 마음이란 얼마나 귀한가: "작년과는 다른 눈을 만나러 간다", "작년보다 더 아름다워진 눈을 만나러 간다", "아직도 새로 쓰일 시 같은 눈을 만나러 간다." 생각해 보라. 지금 당장 내리는 눈을 두고 그저 작년에 내렸던 눈이 다시 온다고 무연히 바라보는 것과 얼마나 천양지차인가를. "작년과는 다른" 민들레를, "작년보다 더 아름다워진" 제비꽃을, 그리고 "아직도 새로 쓰일 시 같은" 봄을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길을 걸어 보자. 바로 그곳에, 그 마음속에 그 어느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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