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나로 5700명에 191억 꿀꺽
1만4000명 391억 사기 일당
인터넷 홈피 하나로 범행
유사수신 범죄,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
지난해 4월 1만4000여명을 상대로 391억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된 조직은 인터넷 '홈페이지' 하나만으로 범행을 완성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미국 유타주에 인터넷 쇼핑몰, 여행사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외국 법인에 투자하면 2∼3배 이상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추가 수익을 주겠다는 '피라미드' 방식도 당연히 동원됐다.
그러나 유타주에 있다던 이 법인은 실제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기꾼들이 만든 홈페이지만 있던 유령회사였다. 이들은 철저하게 사기 대상을 50, 60대 이상 퇴직자ㆍ주부 등으로 한정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환경에 취약하면서 돈은 가지고 있는 장년층들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8월 5700명으로부터 투자금 191억여원을 가로챈 사기꾼 일당은 '가상통화'를 활용했다. 이들이 범행을 벌인 4∼8월은 대표적 가상통화 종류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는 등 한창 주목을 받을 때였다. 범행 수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신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통화에 투자하면 시세가 절대 떨어지지 않고 단기간에 100배 이상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거짓말이었다. 시중에서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사기극의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50, 60대였다.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인 'IDS 홀딩스' 피해자들과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IDS홀딩스와 관련한 법조계, 정관계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는 희대의 사기범죄인 '조희팔 사건'과도 구분되는 특징이다. 조희팔은 의료기기 임대 사업이라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인터넷이 현재보다 덜 발달한 2000년대에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기극이 펼쳐졌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기의 소재가 해외 법인은 물론이고 가상통화 등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세계로 확장된 셈이다.
실제 경찰에 검거된 유사수신 범죄는 2013년 225건, 2014년 232건, 2015년 241건 등 200여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628건으로 2.6배 급증했다. 지난해 1∼9월 적발건수만도 467건으로 예년을 훌쩍 넘어섰다. 공교롭게도 가상통화 등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다. 시류에 편승해 유사수신 사기가 한층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의 벽은 높아지고 열심히 일해서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심리가 생긴다"며 "특히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고령층은 큰돈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는 유사수신 사기조직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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