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티모시 샬라메ㆍ아미 해머ㆍ마이클 스털버그ㆍ아미라 카서ㆍ에스더 가렐 주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아버지 펄먼(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집에 기거하게 된 스물네 살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와 사랑을 나누는 드라마. 섬세한 카메라워크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활용해 남성적 미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고전ㆍ고대의 부활을 목표로 한 신고전주의 이론가들의 면면을 덧입혀 동성애를 정당화한다. 비정상적 범주라는 점을 환기시키면서도 이들의 행위를 긍정적이고 가치 있게 비추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전달한다. 성행위보다 역할과 젠더의 문제에 집중해 성장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샬라메의 마지막 클로즈업 샷은 오랫동안 회자될 만큼 강렬하다. 단 몇몇 감정과 생각은 전적으로 대사에 기대고 있다.
# 전고운 감독, 이솜ㆍ안재홍ㆍ강진아ㆍ김국희ㆍ이성욱 주연 '소공녀' ★★☆
집세가 부족하지만 위스키와 담배를 포기하지 않는 미소(이솜)가 친구들의 집에서 묵으며 도시생활을 이어가는 내용의 드라마. N포세대가 공감할 만한 주제를 과장된 설정과 블랙코미디로 풀어간다. 어려운 여건에도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는 미소를 통해 각박한 현실을 새롭게 상기시킨다. 그래도 N포세대를 대변하는 배역으로 보기에는 역부족. 먹고 사는 문제보다 소소한 행복을 유지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도시생활을 고수하는 이유도 불명확하다. 친절을 베푸는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자세 또한 무례하고 무책임하다. 이솜은 안정된 연기로 참신함만 돋보이는 배역에 숨을 불어넣는다. 동정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행위마저 딱하고 가엾게 표현한다.
유능한 조산사 클레어(카트린 프로)가 35년 전 집을 떠났던 새엄마 베아트리체(까뜨린느 드뇌브)를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 두 배역의 상반된 성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성적이던 클레어가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는 명확하지 않다. 베아트리체가 자유로웠던 삶을 진중하게 돌아보는 원인 또한 그러하다. 이와 연결된 과거의 상흔을 안일하게 처리해 삶의 변형이나 변화를 가리키기에 무리가 있다. 프로와 드뇌브는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인 표현으로 정서적 공감을 유도한다. 코미디를 그리면서도 무거운 흐름을 놓치는 법이 없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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