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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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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살아있는 59년의 세월 동안 그녀보다 훨씬 더 오래 산 대부분의 작가들보다 더 많은 것을 써낸 혁신적인 작가 버지니아 울프. 그녀는 아홉 편의 소설과 100편이 넘는 에세이, 여섯 권에 해당하는 편지, 또 다섯 권의 일기를 썼다. 이 모든 글은 놀라울 정도로 독특한 목소리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일기조차도 각기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따뜻함과 세밀한 관찰이 살아 숨 쉬는 단편소설, 혹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특히 내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글들 여섯 편을 묶었다. 세인트 아이브스의 여름별장에서 보낸 경험이 평생 바다를 배경으로 글을 쓰게 만든, 울프의 전 생애에 걸쳐 행복했던 유일한 시절을 그린 ‘탈란드 하우스’, 연필 한 자루를 사겠다는 핑계로 느닷없이 한겨울의 거리로 뛰쳐나가 “유령처럼” 헤매다니는 ‘거리 출몰하기: 런던 모험’,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옛것들을 문학적으로 비탄하는 애가 ‘서식스의 저녁: 자동차에서의 단상들’, 1930년대 저명한 인사들의 모임이었던 ‘회고록 클럽’에서 소리 내어 낭독하기 위해 쓰여진 글로 문학적 성공을 거둔 뒤의 울프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인 ‘나는 속물인가?’, 경쟁 상대이자 우정을 나누었던 캐서린 맨스필드의 사후 발간된 일기를 읽고 쓴 비평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그리고 한 은행가의 전기에 대한 비평 ‘돈과 사랑’이다.
울프에 의하면 “단어는 하나의 영혼뿐만 아니라 하나의 육체까지 부여받는다”고 한다. 독자는 짧은 글들 속에서 울프가 내미는 손길의 떨림을 느낄지 모른다.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빅토리아시대 최고의 지성(知性)들이 모인 환경 속에서 주로 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부모가 죽은 뒤 런던의 블룸즈버리로 이사하여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ㆍ문인ㆍ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知的) 집단을 만들어 그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1915년 ‘출항’을 시작으로 ‘밤과 낮’, ‘댈러웨이부인’, ‘등대로’, ‘올랜도’, ‘세월’ 등 소설과 에세이 ‘나만의 방’ 등을 썼다. 1941년 3월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양상수 옮김/꾸리에/1만2000원)

◆손가락이 간질간질=강병융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친다. ‘손가락이 간질간질’은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서 열아홉 살 고교 야구 구원투수 ‘유아이’의 이야기다. 어느 날, 열린 경기에서 9회 말 2사 만루의 1점 차 벼랑 끝 승부 앞에 아이가 서 있다. 그런데 아이가 마지막 공을 던지려는 순간, 손가락 끝이 살짝 간지럽다. 아이는 이를 악물고 가려움을 참으며 경기를 끝낼 마지막 공을 던진다. 주무기이자 결정구인 투심 패스트볼. 하지만, 공은 아이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없이 느린 속도로 회전 하나 없이 홈플레이트로 날아간다. 그래도 다행히 평소와 똑같은 투구 폼에서 날아오는 어이없는 직구에 상대 타자의 배트가 돌아간다. 그렇게 경기는 종료되고, 아이의 학교가 우승하고, 아이는 최우수 선수상을 받는다. 하지만 손가락은 우승 인터뷰 중에도 간지럽고, 우승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간지럽다. 무엇보다 우승을 했건 말건 손가락만 간지러울 뿐 아이를 둘러싼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이젠 좀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손가락 끝엔 작고 귀엽고 콩알만 한 세 번째 눈이 생겨버린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고교 야구 최고의 투수인 아이는 손가락에 눈이 생기자마자 야구를 그만둔다. 공을 힘껏 쥐고 던져야 할 왼손 가운뎃손가락에 다른 것도 아닌 눈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도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몰라 학교를 빼먹은 채 그저 동네를 돌며 방황하고야 만다. 작가는 ‘손가락 눈’이라는 독특한 상상에 인간적인 유머를 더해 ‘차이’와 ‘다름’, 그리고 ‘용기’에 대해 말한다. 본문에서 등장하는 ‘언니네 이발관’의 노랫말은 소설에 온기를 더해주며, 표지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소설의 끝에서 밝혀지는 주인공 유아이의 비밀은 이 책의 주제의식을 심화한다. 누구나 마음 편히 웃으며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강병융 지음/한겨레출판사/1만2000원)

◆창백한 말=“내가 바라보니, 보라, 창백한 말이라. 그 위에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지옥이 그와 함께 따라다니더라.(요한 묵시록 6장 8절)”라는 성경 구절에서 제목을 딴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난 지 수십 년이 지난 후 어느 정도 국가의 체재를 복구하였으나,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면역자’와 약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보유자’의 세계로 양분되어 버린 한국을 무대로 하고 있다. 빈부 격차, 거대 기업의 비리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근미래의 지옥도에서 보여준다. 좀비로 변이하는 것을 억제하는 ‘휴머넥스’를 제조하는 구인제약과 관계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려 나간다. 구인제약의 하청 공장에서 일하며 홀로 딸을 키워 나가는 여성, 면역자들 중에서도 특권을 가진 자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섬’에 가기를 갈망하는 기업가, 완전한 치료제를 개발하려 했으나 회사의 비리와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위험한 조직과 함께하는 연구원의 시점을 넘나들며 점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줄거리는 이렇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난 지 26년. 세상은 장벽을 사이에 두고 특권을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가는 면역자와, 변이를 막는 약에 의존하는 보유자가 혼재하는 곳으로 뒤바뀌었다. 바이러스 농도를 측정하는 알람밴드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며 홀로 딸 미나를 키워 나가던 수진은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받고 막막한 상황에 빠진다. 사장인 진석호는 안온한 삶을 지켜 내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보유자를 위한 약 휴머넥스를 개발하는 구인제약의 연구원이었던 세영은 비밀 조직에 가담하는데, 세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는 가운데 서서히 파국이 닥쳐온다. (최민호 지음/황금가지/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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