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보이스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교묘해지는 과거에 노년층 피해자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달리 20대 피해자들도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씨는 “물품보관함에 맡긴 돈의 액수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 원까지 다양하다”며 “집을 계약하고 계약금 일부를 물품보관함에 넣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에 신고하고 운이 좋으면 현장에서 범인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범인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지하철 물품보관함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의 온상지가 됐다. 지난해 12월 17명을 속여 1억3000여 만원을 가로채 붙잡힌 보이스피싱 일당과 올해 1월 울산에서 6000여 만원을 사기로 빼앗아 검거된 일당 모두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했다. 과거에는 대포통장을 이용했지만 적발 시 금융기관이 해당 계좌를 동결 시키는 제도가 도입돼 수법을 바꾼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단속이나 제도를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지면서 피해자 수도 급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1만8900여 건이다. 2016년 한 해 건수가 1만7000건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수사기관의 노력으로 지난 2014년부터 줄곧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반등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도 1900억원이 넘어 전년 한 해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속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 알고도 속는 20대 피해자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중 81%가 20~30대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의 피해액도 전체의 90%에 달했다.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렸던 초기에는 중국인, 조선족 출신의 사기범들이 구사하는 어눌한 말투 때문에 쉽게 사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500여 만원을 갈취당한 한 20대 피해자는 “자신을 형사라고 밝힌 사기범이 전문 수사 용어를 사용했고 구체적인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했다”며 “물품보관함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심하지 못하도록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초년생들은 사기범죄에 대한 의심이 적고 스스로 범죄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게다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사기범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기관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으니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로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가족을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고전적인 수법 또한 치밀해졌다. 주로 해외에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을 대상으로 했다. LA 총영사관이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유학 중인 딸을 납치했다”며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 심지어 딸의 대역을 섭외해 “살려달라”는 목소리까지 들려줬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이용해 자녀에게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는 새벽 시간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영사관 측은 자녀 납치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오면 즉시 경찰해 신고하고 평소 자녀의 지인 연락처 등을 확보해놓으라고 권고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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