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저체온증 주의…옷 여러 벌 껴입고 술 자제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매서운 한파에도 스키, 스노 보드, 겨울 산행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체온증으로 오한이나 현기증, 사지마비가 동반돼 의식을 잃는 응급환자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졌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을 일컫는다. 몸에서 생기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을 때 일어난다. 습하고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자주 발생하고 바람이 불 때 저체온증에 빠질 확률이 더 높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 심한 오한이 생긴다. 그러다 체온이 32도 아래로 내려가면 어지럼증,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다.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고 판단력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헛소리를 하는 등 의식이 희미해지며 사지마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이후 맥박과 호흡이 느리고 약해지며 정신착란이나 혼수상태, 호흡 중단과 같이 몸 상태가 악화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저체온증이 발생했을 땐 몸 안의 열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옷이 젖었다면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고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 체온을 올려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계속 마시게 하고 팔 다리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줘 체온이 올라가도록 돕는다. 만약 큰 침낭이 있다면 환자를 두 사람 사이에 눕히고 온몸으로 녹여주는 것이 좋다. 침낭이나 매트가 없을 경우 낙엽이나 신문지, 비닐, 옷 등을 바닥에 깔아 찬기를 막아준다.

서상원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 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피부만 감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몸을 천천히 은근하게 녹여주고 상태가 악화되기 전 가까운 응급 의료 센터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 효과를 높이고 내복을 입는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모자와 장갑, 목도리, 마스크를 착용한다. 몸에 꽉 끼는 옷 등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적당한 사이즈의 옷을 입는다.

또 신체에 오한이 들 경우 양 팔꿈치를 서로 잡아 겨드랑이를 감싸는 등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한다. 겨드랑이, 머리, 목은 심장에서 가장 가깝게 큰 혈관이 지나 신체부위 중 가장 빨리 열이 빠져나가는 곳이므로 보온이 더욱 중요하다. 음주는 자제한다. 술을 마시면 뇌 인지기능 저하 및 중추신경계 둔화 등으로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져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실내에서 충분히 준비운동을 한 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며 "무리한 운동은 삼가고 날씨가 추울 때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