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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난사]① 1992년 ‘시험지 도난 사건’, 결국 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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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력 용의자 자살에 범인 못잡고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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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992년 최초의 대입 시험 연기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1992년 1월21일, 교육부가 후기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하루 앞두고 일정을 2월10일로 미루는 사태가 일어났다. 서울 모대학교에서 보관하던 학력고사 문제지 포장 박스 겉면에 뜯겨져 있는 것을 본 경비원 정모 씨의 신고 때문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각 교시별로 1부씩 총 4장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은 전국 각 대학에서 보관 중이던 문제지를 모두 회수해 파기했다.

당시 검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도난 사실을 처음 신고한 경비원 정 씨와 근로장학생 장모 씨 등 모두 4명. 검찰은 이들을 조사하던 중 사건 당일 상황을 엇갈리게 진술한 정 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정 씨는 당초 자신이 다니던 교회 지인 딸 황모 양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험지를 줄 계획이었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전달하지 않고 시험지를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장학 제도가 없고 황 양은 이미 합격권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 씨의 진술 내용에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정 씨는 시험지를 태우지 않고 찢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정 씨의 모든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공범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올라 검찰수사를 받아 오던 경비과장 조모 씨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조 씨는 정 씨의 수상한 행적을 제보한 당사자였다. 아울러 조 씨의 집 뒤편에서 종이를 태운 재까지 발견되면서 검찰은 수사 방향을 학내로 돌렸다. 자살 소식을 접한 정 씨는 조 씨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진술을 또 한 번 번복했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 씨의 자살에 정 씨의 범행 사실을 입증할 만한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조 씨가 정 씨를 시켜 저지른 범행’이라 결론지었다. 조 씨가 증거를 인멸하고 유서나 그 어떤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범인을 밝히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검찰은 정 씨를 갑자기 사건과 관련 없는 1998년 2월 대전 대성건설 재직 때의 횡령사건으로 기소했다. 결국 그 해 4월, 정 씨의 첫 공판은 사건의 본질이었던 ‘특수절도죄’ 혐의는 제외된 채 ‘횡령’ 혐의로 공판이 진행됐다. 정 씨는 석방 이후 부천 가구 공장에 취업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 사건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윤형섭 교육부 장관이 경질되고 조완규 서울대 총장이 새로 임명됐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학장이 퇴진했고 관련 조사를 받았던 교무처장과 교무과장 등이 학교를 떠났다. 예비시험지가 없어 시험 출제위원들은 20일을 더 붙잡혀 문제를 다시 출제해야 했다. 또 국립교육평가원은 다음해부터 정규 문제 외에 똑같은 난이도의 문제지를 추가 출제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책을 마련했고 교육부는 시험지 보안을 더욱 강화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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