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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음식 대백과]③빈대떡의 '빈대'는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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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의 떡 '빈자떡', 사실일까

빈대떡(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대떡(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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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가수 한복남이 부른 노래 '빈대떡 신사'의 가사다.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요릿집 앞에서 양복 입은 신사가 매를 맞는데 그 원인은 무전취식을 하고 뒷문으로 도망가다 잡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웬 말이냐고 웃는다.

1943년 발표된 이 노래 가사를 보면 당시에는 빈대떡은 돈이 없어도 집에 가면 얼마든지 부쳐 먹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빈대떡의 재료인 녹두의 가격이 월등히 쌌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녹두전을 빈대떡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 가난한 사람의 떡, '빈자떡'에서 왔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한자로는 빈자병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빈자는 가난한 사람을 의미하는 빈자(貧者)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말 어원 500가지'라는 책을 보면 "사역원(司譯院)에서 1677년(숙종 3년)에 간행한 중국말 교본인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 '병저'의 중국식 발음인 '빙져'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빈대떡이다"고 돼 있다. 이 빙져가 빙자, 빈자로 바뀌었고 떡을 붙여 빈자떡, 결국 빈대떡이 됐다는 것이다. 이미 한자어 병(餠)에 떡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다시 뒤에 '떡'을 붙이게 된 배경은 '빈자'라고 했을 때는 그것이 뭔지 바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설은 명물기략(名物紀略)에 소개돼 있다. 중국의 밀가루 떡인 '알병'에서 알의 한자 모양이 빈대를 가리키는 갈(蝎)과 비슷해 빈대떡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과거 서울 정동 일대에 빈대가 많다고 해 '빈대골'이라 했는데, 이곳에 녹두전 가게가 많아 빈대떡이 됐다는 설도 있다.

1930년 동아일보 11월29일자에 실린 소설 '경기루만화'에는 빈자떡의 맛을 묘사한 대화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좋아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서울 올라와서 처음 먹어봤습니다만, 뭐라고 하더라, 옳지 빈자떡이랍니다"고 한다. 그게 그렇게 맛있냐고 되묻자 "맛이 있다 뿐이겠습니까. 김이 무럭무럭 나는 놈의 것을 두르르 말아서 들고 문덕문덕 베어 먹으면 참 맛이 일품이지요"라고 답한다. 1930년에 빈대떡을 빈자떡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와 상관없이 맛은 일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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