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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안보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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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고려대 교수

조영기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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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안보는 안보의 길이 있고 정치는 정치의 길이 있다. 안보의 길에 정치가 개입하면 안보는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안보의 정치화'다. 안보의 정치화는 안보의 길을 갈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이런 안보의 정치화가 만든 역사적 경험이 월남(남 베트남)의 공산화다. 월남의 공산화는 지식인과 승려들이 '민주와 평화'라는 명분으로 정치적 시위와 분신으로 이어진 결과물이었다. 또한 1980년대 필리핀 민주화의 구호였던 '양키 고홈'은 1992년 필리핀 주둔 미군을 철수시켰지만 미군 철수는 중국이 필리핀령 스카보로섬을 무단 점령해 영구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양국의 영유권 분쟁을 자초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안보의 정치화는 자강(自强)을 훼손시키는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남북한 간에 가치와 이념의 극단적 대치가 7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의 정치화가 초래할 부정적 결과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다.

안보의 핵심은 국민의 안녕(安民)과 국가번영(富國)의 초석이라는 점에서 안보는 시대와 이념을 초월해서 국가의 핵심전략으로 간주됐다. 안보전략은 자강과 동맹 그리고 균세를 잘 구비해 외부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자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강의 힘이 부족할 때는 동맹을 통해 힘을 보충한다. 동맹은 불편하지만 부족한 자강을 채워주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 또한 자강과 동맹이 역내의 균형을 도모하는 기초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안보적 자산이다.
한미동맹의 가치는 북한의 대남군사전략을 억제하는 사실상의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패권국가의 등장을 막는 제어장치 기능도 하고 있다. 또한 통일 이후 중ㆍ일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될 경우 동북아의 지역적 안정자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따라서 북한은 한미동맹을 균열시키기 위해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반미를 선동해 왔다. 이런 북한의 선동전략은 한국의 자생적 자발적 위수경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의 은어)세력에 의해 세를 확장해 왔다. 이 세력들은 주한미군과 관련된 사소한 사건이 발생되면 연대전선을 구축해 반미(反美)를 위한 대중투쟁을 전개한다.

최근 반미투쟁은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 지난 10일 의정부시가 마련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의 파행도 지역 반미단체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효순ㆍ미선양 15주기를 앞둔 시점에 미군 위로공연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단체들은 유가족의 '반미를 반대'하는 입장ㆍ의사와 상관없이 '사드 가라', '자주평화' 등의 구호를 토해냈다. 또한 사드배치는 정치상황과 상관없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적기에 적합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절차상의 문제'라는 구실로 2세트만 배치하고 4세트의 배치를 지연시킨 행위도 스스로 자위와 동맹을 훼손한 행위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미가 안보의 정치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수록 한국의 안보현실은 더 위태로워질 뿐이다. 특히 반미가 대화와 협상, 평화협정(체제), 자주 등과 같은 수사적(修辭的) 용어와 결합하면 안보의 정치화는 위험성을 감추게 되며, 종국적으로는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다. 또한 정치권이나 지식인이 양산해 내는 안보의 정치화는 파급력 때문에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안보의 정치화는 북한의 노림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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