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과거 유사한 상황에 빗대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추론이지만 과도한 우려와 해석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주택시장과 유사한 것과 다른 것은 무엇이고, 각각의 경중을 따지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주택시장을 진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과거와 다른 상황을 짚어보면 주택가격변동 측면에서 참여정부 초기에는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는 상황이었으나, 최근 주택시장은 국지적인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지방은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된 상태이며 수도권은 보합상태다. 과거 상승수준을 보면 투기과열지구가 도입되기 전인 2001년과 2002년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각각 22.0%, 35.2%였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 내외였으며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재건축아파트가 집중돼 있는 강남3구 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폭은 서울 평균수준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2000년대 초는 분양가 자율화에 의해 과거에 보지 못했던 고품질의 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주택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신규 아파트들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이와는 반대로 현재는 양질의 주택이 공급됐고, 경기도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이 집중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올해부터는 지난 2~3년 동안 착공을 시작한 아파트들이 경기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준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파트가격 상승 수준, 상승세의 확산 여부, 금리수준 및 전망, 아파트 수급상태, 경제성장 수준 등 다른 점들이 많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와 추론은 타당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투기과열지구 재도입과 같은 강력한 정책적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몇몇 과열단지와 함께 묶어서 일부 지역에 대해 강한 시장억제 정책을 펼친다면 시장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고, 사람들의 심리를 과도하게 자극시킬 수도 있다.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종합적으로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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