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의 자살,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4일 서울교통공사ㆍ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에서 철로로 투신해 자살하는 사람이 연간 100명에 육박해 사회문제가 되자 서울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승강장과 철로를 분리하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2009년 말 완료했다. 들어간 사업비는 엄청나다. 1~4호선에 2238억여원,5~8호선 1948억원, 9호선 922억원 등 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정작 서울 전체의 자살자 숫자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서울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9년 26.1명에서 2010년 26.2명, 2011년 26.9명으로 스크린도어 설치 후 되레 늘어났다. 이후 2012년 23.8명, 2013년 25.6명, 2014년 24.7명, 2015년 23.2명 등을 기록 중이다.
반면 한강의 투신 자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의 출동건수는 2011년 786건에서 2012년 922건, 2013년 1305건, 2014년 1594건, 2015년 1461건으로 매년 크게 늘어났다. 이중 인명 구조 활동 건수도 2011년 269건, 2012년 258건 수준이었다가 점점 늘어나 2013년 326건, 2014년 480건, 2015년 389건 등으로 증가했다. 구조 인원도 2012년 298명에서 2013년 359명, 2014년 508명, 2015년 443명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현상은 일종의 '풍선 효과'로 자살 예방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수정 경남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지속적인 자살의도가 있는 시도자의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 다시 시도하게 된다"며 "'게이트키퍼 교육'을 통해 조기에 자살의 위험징후를 찾아 적절한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과 고위험군에게 집중적 개입을 통해 재시도율과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궁극적으로 지향할 바는 우리가 보편적 예방이라 칭하는 것으로, 국민 전체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개장한지 열흘된 '서울로 7017'(옛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자살 사고가 발생한 후 일부에서 "안전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시는 안전요원 추가 투입 등 예산이 들어가는 대책을 내놓았다.
자살은 어찌보면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적 책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의 자살 최소화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사회 전체가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갑질'을 줄이려는 노력,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조성이 먼저다.
공공 차원의 자살 방지 노력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 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필요하다. 세계적 자살 명소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골든게이트브릿지(금문교)에서도 1년에 200명 안팎이 뛰어 내리지만 그것을 주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이들은 없다. 그것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의 사회적 합의라고 치더라도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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