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역시스템에도 획기적인 변혁이 있었다. 1997년 10월 국가정보화추진회의에서 처음으로 '무역자동화계획'이 확정되었다. 수출 신용장개설에서 수출입신고에 이르는 무역업무전반을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관세청을 비롯하여 관세사, 외국환은행, 인증기관, 협회, 보험사, 운송사 등 모든 무역 관련기관이 전자무역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어,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출입업체는 서류 없이 무역 전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기존에 평균 4주가량 걸리던 업무처리기간이 1주로 단축되었고, 수출입 업무처리 비용도 80%가 절감되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었고 온라인 트레이딩이 클릭(Click)하나로 이루어지는 현 시점에서 볼 때는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나 그 당시에는 혁신적인 시스템 개혁이었다.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도를 좇아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경영학자 존 코터(John P. Kotter)는 "지금 우리는 유래 없는 불확실성과 변화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력을 다해 변화 속도를 올리지 않는 기업은 옆에서 구경만 하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거에는 국가 간 비즈니스 거래는 네트워크가 많은 대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여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도움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기회가 열린 것이다. 국내에서만 경영을 하면 접근할 수 없는 수많은 잠재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더욱이 올해 2월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원활화협정(Trade Facilitation Agreement)은 디지털시대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규제나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없애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터치 한번으로 물건이 즉각 배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프라인 무역에 맞추어져 있는 현재의 전자무역시스템으로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온라인 무역을 지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전자상거래 파워셀러가 해외에서도 팔릴만한 상품의 국내 제조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거래선 발굴부터, 신용조회, 계약, 대금정산까지 전자적으로 편리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물품의 제조, 유통, 수출에 이르는 방대한 거래정보를 인공지능(AI)을 통해 구매자와 공급자를 바로 연결해주는 거래선 매칭이 가능해져야한다. 여기에 물류 정보를 취합하여 빅데이터 분석으로 수요 예측까지 선제적으로 제공해주는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갖추어진다면 전자상거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속도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한진현 KTNET 사장(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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