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이슈로 한창 호가를 높이며 전용76㎡가 15억원대에 거래되던 잠실주공5단지는 11ㆍ3대책 이후 매매가격이 1억5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 전경.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권재희 기자]"과열된 부동산 시장 잡겠다더니 아예 시장이 얼어붙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도가 세네요. 2015년 말 가계부채 대책 나왔을 때보다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면 좀 괜찮아질까 했더니 지금도 비슷해 걱정입니다." (강남구 개포동 C공인중개업소)
낮 기온이 영상 5도까지 오르며 봄기운이 살짝 느껴진 7일 찾은 강남구 개포동은 여전히 한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듯 냉랭했다. 분당선 개포동역 6번출구로 나오자마자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상아색의 개포주공5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 앞으로 늘어선 상가 곳곳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는 개점휴업 상태인 듯 한산했다. 개포동의 J공인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의 학습효과가 있었기에 11·3대책도 정부의 보여주기식 대책 중 하나로 여겼다"면서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11·3 대책의 충격파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11·3부동산대책 이후 약세로 돌아선 강남 재건축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 전용 150㎡의 매매가는 22억원이었지만 올해 1월 매매가는 20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3개월 새 1억50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현대 3차 전용 82㎡도 같은 기간 16억2500만원에서 15억7500만원으로 낮아졌다. 송파구의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매매가도 이 기간 15억2000만원에서 13억7500만원으로 변동됐다. 11·3 대책 직전과 직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많게는 1억5000만원, 적게는 5000만원이 하락했다.
그나마 11·3 대책 직후 떨어지기만 했던 강남4구의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지난달 셋째주 부터 강보합을 보이지만 급매물의 일시적 소진 영향이 크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매수세가 뚜렷하게 살아나는 모습이 없는 상태서 일부 급매물의 소진으로 부동산 시세가 소폭 움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기존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3590건(분양·입주권 제외)으로 앞서 1년 전 같은 기간(2015년11월~2016년1월)에 견줘 14% 가량 줄어들었다. 이 기간 서울 내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가 6% 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강남지역의 거래감소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초구 반포동의 경우 대책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121건이 거래됐지만 올 1월 38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 목표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었지만 11·3 대책은 필요 이상의 위축을 불러와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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