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에 떠도는 농담이다. 진담으로 돌아가면, 홀인원 확률은 대단히 낮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는 1만2000분의 1, 프로 골퍼는 3500분의 1이다.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요 바란다고 얻는 게 아닌 게 홀인원이다. '행운의 여신'이 키스라도 해줘야 가능한 기적.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재수가 좋다'는 속설은 그런 희박함을 입증한다. 그러니 저 '50%'는 불가능에 대한 체념적 위트인 것이다.
1년 동안 지구에서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30만분의 1이다. 지구 인구가 70억명쯤 되므로 해마다 2만4000명 정도는 '벼락 맞아 죽을 일'을 피하지 못한다. 로또 당첨 확률은 이론적으론 800만분의 1이다. 하지만 매주 평균 500만명이 구매하고 5명 정도가 당첨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확률은 100만분의 1로 낮아진다.
데일 카네기가 '삶 전체가 기회'라고 한 것처럼, 우리 인생은 수많은 확률로 점철된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내가 산 주식이 오를 확률은? 이번 주에 비가 올 확률은? 새로 소개받은 여자(남자) 친구가 폭탄이 아닐 확률은? 연말 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을 확률은?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오늘은 회사에서 깨지지 않을 확률은? 마누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1주일을 무사히 넘길 확률은?
그러고 보면 인생 최고의 확률은 51대 49이다. 50대 50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숫자 1은 겨우 1일뿐이지만 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꿈을 달성하느냐 마느냐, 희망 가까이 다가가느냐 마느냐, 사회가 발전하느냐 퇴행하느냐. 이 모든 것이 '가능과 불가능'의 엄청난 차이보다는 숫자 1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로 결정된다. 결국 그것은 진심 어린 배려에서, 뜨거운 자기성찰에서, 강철 같은 의지에서 비롯된다. 51대 49, 운명은 그렇게 갈린다.
* 탄핵 정국에서 조기 대선 얘기가 무르익지만 지금의 지지율은 허상이다. 선거에서 이기냐 지냐는 결국 51대 49의 싸움이다. 다 이긴 게임이라고 방심했다가는 쪽박 차고 만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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