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이슈추적]비과세 한도 절반 싹둑‥저축성보험 생존 위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저축성 보험 비과세 한도 대폭 축소
고소득자 세부담 형평성 내세웠지만
퇴직금 납입가구를 부자 분류 논란
절세한도까지 압입하는 특성도 외면


.

.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내년 초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희망퇴직을 고민하는 50대 직장인 김 모씨가 노후자금 관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김 씨는 일시납으로 받은 퇴직금을 2억원 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저축성보험에 넣은 후 거치기간 없이 20년간 매월 96만원 정도 받아 생활비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1억원으로 줄게 되면 1억원만 일시납으로 넣고 나머지의 재테크 전략은 다시 짜야 한다. 1억원을 일시납으로 넣게 되면 매월 받는 금액은 48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김 씨는 "가뜩이나 재테크 불황기인 요즘 안전하게 돈을 굴릴만한 곳도 없는데 비과세 혜택 마저 준다고 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월 적립식 저축보험의 비과세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기존엔 없던 비과세 한도가 1억원으로 매겨진데 에 따른 하소연이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도 "국회는 저축성 보험에 대한 과세 축소에 신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세축소 방침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험업계의 반발은 더 거세다. 보험대리점협회는 15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보험차익 비과세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연다. 보험협회도 각 보험사로부터 받은 서명을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와 시민단체, 보험업계가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 축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가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저축성보험 역시 일시납에 한해 기존 2억원이었던 비과세 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공개된 축소 폭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일시납 보험의 비과세 한도는 현행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된다. 월적립식 보험도 총 납입액의 1억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결국 내년부터 개인당 총 1억원까지만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는 일시납을 통해 2억원의 비과세혜택을 받은 소비자가 월적립십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조세형평성에 따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설명이다. 10년 이상 1억 원 이상의 돈을 묻어둘 수 있는 사람은 고소득층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조세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게 박 의원 생각이다.
 그런데 부자 증세 효과가 법 취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입여력이 되는 고소득층은 비과세 한도가 축소되면 가입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 증세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보통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상품에 절세한도가 설정되면 한도까지만 납입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고소득층 역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억원까지만 납입할 가능성이 크다. 월적립식 저축성보험 역시 10년 이상을 유지하고 그 이후 수령시 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되므로 실질적 세수 효과는 10년 후에나 발생하게 돼 당장 부자증세의 효과를 볼 수 없다.

 김씨처럼 노후자금으로 저축성보험을 활용할 퇴직자를 고소득층으로 일괄 규정한 것도 논란 거리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55세 남자를 기준으로 2억원을 일시납으로 거치기간 없이 30년간 받는다면 매월 수령액은 71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에 일시납금을 1억원으로 줄인다면 매월 받는 돈도 35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게 된다. 가뜩이나 고령화시대 부족한 공적연금에 대비해 사적연금 준비를 장려해야 할 상황에서 퇴직금을 일시납으로 납입한 가구를 증세 대상인 '부자'로 분류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월 적립식 한도를 총납입액 1억원으로 설정하고 30세부터 20년간 매월 균등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월 납입액은 41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납입하면 55세 기준으로 20년간 매월 48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지난 10월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부부기준 적정 노후생활비 217만원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 정도론 노후소득 대체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미다. 역시 노후준비를 위해 40만원대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가구를 부자로 보고 세제혜택을 줄여야 하는지는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슈추적]비과세 한도 절반 싹둑‥저축성보험 생존 위기 원본보기 아이콘


 기대했던 부자증세는 당장 거두기 힘든 반면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피해는 즉각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3년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으로 보험차익 비과세 요건 강화 이후 보험차익 상품의 계좌수와 가입인원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3년 98만계좌에 달했던 보험차익 상품의 계좌수는 지난해 84만 계좌로 줄었고 가입인원도 이 기간 78만명에서 67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저축성보험의 80% 이상은 월 적립식 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수익 감소는 세수 감소로도 이어진다. 2014년말 기준 보험설계사의 사업소득세는 525억원이었고 2015년말 보험사의 법인세는 1조7799억원이었다. 만약 저축성보험의 판매 감소 등으로 보험설계사의 사업소득세와 보험사의 법인세가 10% 준다면 세수 감소액은 188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축소는 파급효과가 큰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법 시행에 앞서 보험차익 비과세 축소 특히 월 적립식 한도설정에 대해 반드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시행령을 만들어 이달 말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