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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1987년, 그리고 2016년

최종수정 2016.12.14 11:04 기사입력 2016.12.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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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진찬 사회비평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2016년 12월 9일 공화국 주인들의 명을 받은 234명의 대리인들이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하였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알량한 문구 해석에 치우쳐 기각 판정을 내린다면 헌법재판소 자체가 기각 대상이 될 것이다. 탄핵은 자그마한 성과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 앞에는 기각하고 뒤집어 엎어야 하는 낡은 기득권 체제가 놓여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태양보다 촛불 한 자루가 더 밝은 시기이다. 법에 적힌 문구가 아니라 촛불을 켜야 보이는 시대 정신을 읽어야 한다. 새누리당대표 이정현은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이 하야하는 것은 위헌이다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런 위헌 논리는 헌법이 어느 정도나마 작동하는 시기에는 타당할지 모르나 지금은 그 헌법 및 법질서가 철저하게 망가져버렸고 그것을 망가뜨린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박근혜와 새누리당이다. 박근혜는 억울한 심정일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방식 그대로 했을 뿐인데, 자신의 전임자가 했던 방식 그대로 했을 뿐인데 왜 하필 자신만 이리 몰매를 맞느냔 말이다! 문재인을 포함한 민주 진영의 사람들도 이 ‘위헌’ 논리에 종종 포박되곤 한다. 지금은 한가롭게 법리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헌법이 무슨 하늘에서 떨어진 완전무결한 것이라도 되는가? 대통령이 퇴진한다 해서 반드시 두 달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 후 국회가 촛불의 의지를 담은 거국중립내각을 수립하고 그 내각 하에서 개헌을 하여 내년 6월 정도에 대선을 치르든 총선을 치르든 하면 된다. 거국내각에 의해서 제시된 정치일정이 타당하면 주권자들은 수용할 것이다. 헌법이나 법률의 문구에 지나치게 얽매여서 촛불로 나타나는 시대정신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한편, 박근혜의 퇴진 및 대선이 시간 문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바로 1987년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민주 진영이 단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단결’이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단결을 단일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1987년 대선에서 민주진영이 실패한 원인을 후보단일화 실패로 보기 때문인데 이는 마치 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그러길래 왜 짦은 치마를 입고 다녔느냐?”고 책임을 묻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당시 양김이 단일화했다 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거니와 민주 정부 수립 실패 원인을 단일화 실패에서 찾는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잘못의 가장 결정적인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87년 대선 패배의 원인은 학살자 노태우에게 광기어린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의 잘못된 선택이다. 세상에 찍을 놈이 없어 학살자를 찍는가? 민주주의하자는 호남 사람도 싫고, 민주주의하자는 호남 사람의 친구도 싫고, 호남 사람 학살한 우리 고향 사람이 좋다! 이것이 87년 대구/경북의 본심 아닌가? 이 광기가 한국 사회의 발전을 끊임없이 가로막았으며 작금의 박근혜게이트의 근본 원인이다. 양심적 지식인이라면 말해야 한다. 87년 대구/경북의 선택은 잘못되었다고. 이번에도 또다시 독재의 끄나풀들에게 표를 던지겠느냐고.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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