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은 '총수요 부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출측면에서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합(Y=C+I+G+NX)이다. 트럼프는 GDP를 구성하는 각 부문을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다음으로 소득세를 인하해 소비를 부양하고, 법인세를 내려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익이 증가해 주가가 상승하고 부의 효과에 의해 소비가 증가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여기다가 중국과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총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더 이상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재정 지출을 적극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이와 더불어 과감한 통화정책도 병행한 결과,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부실해졌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63%에 2012년 이후로는 100%(2016년 2분기 105%)를 넘어섰다. 미 의회가 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의회가 트럼프 정부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부 부채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모에 있는 GDP를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야 하는데, 가계와 기업은 아직도 디레버리징(부채축소) 과정에 있다. 먼저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가계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중앙가구의 실질소득이 2015년에 56,516달러로 전년보다 5% 늘었지만, 아직도 1999년(57,909달러)보다 낮다. 실질소득 감소로 가계는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 소비를 늘렸다. 미국 가계부채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65%에서 2007년에는 135%까지 올라가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 이후로 줄기 시작해 올해 2분기에는 105%로 낮아졌지만, 가계가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충분히 낮은 수준은 아니다. 올해 10월까지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6.0%로 2013년 5.0% 이후 점차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우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정책금리를 올리면 집값과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Fed가 의회와 더불어 트럼프의 또 다른 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초기부터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들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에 나타난 거품 현상이 꺼질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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