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 '리니지 이터널'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틀새 시가총액 6600억원이 증발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며 여전히 '매수'를 권하고 있으나 외국인과 투신권을 중심으로 연일 실망 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판 핵심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최근 이틀간 약 295억원어치의 엔씨소프트 주식을 순매도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가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내고 "리니지 이터널의 그래픽 수준이 떨어지고 단순하며 게임을 할 동기를 주지 못한다"며 혹평한 것에 외국계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신(자산운용사)에서도 약 46억원어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리니지 이터널 CBT 시작전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CBT 접속계정이 8만원 선에 거래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1일 이후엔 가격이 1만원 안팎으로 내려가는 등 국내 유저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주가도 급락하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CBT의 실망감은 그동안 과도하게 리니지 지적재산권(IP)에만 의존해온 엔씨소프트의 경영 전략이 한계에 달한 데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한 게임사 게임개발 담당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1의 매출이 전체 40%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큰데 넥슨처럼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내놓기보다 리니지의 세계관과 IP를 그대로 활용한 게임을 출시하며 기존 유저들을 묶어두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오히려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유저들의 유입을 가로막고 있으며 리니지 콘텐츠와 과도한 캐시아이템 남용 등에 흥미를 잃고 떠난 기존 고객의 복귀도 제한하는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매출이 정체된 엔씨소프트가 최근엔 모바일게임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그동안 온라인게임에만 너무 치중해 시류에 한참 뒤처졌다는 게 모바일게임 업계 대부분의 평가다.
결국 주가의 분위기 반전은 오는 8일 엔씨소프트의 첫 자체개발 모바일게임인 '리니지 레드나이츠(RK)'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저들은 약 한달전 진행된 이 게임의 테스트버전에서도 "다른 모바일 게임들의 짜깁기 수준이다", "새로움과 참신함이 전혀 없다"는 등의 혹평을 쏟아낸 바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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