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밑돈 요인이 전기요금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 때문이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물가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공식으로 발표한 만큼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지난 7~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올랐다. 이는 올 1~6월 상반기 상승률 0.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2018년까지 3년 동안 달성해야 할 중기안정물가 목표 2%를 한참 밑돈다. 지난 3분기 중 누진제 조정으로 전기·수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누진제 조정 효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포인트 정도 하락시켰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통계학적으로 뽑은 결과니 일정 부분 수긍이 된다. 그런데 허전함이 든다. 왜일까.
올 하반기부터 물가가 점차 오를 것으로 본 3개월 전 예측이 틀린 것에 대한 유감표명도 없었다. 첫 물가설명회가 열린 지난 7월 이 총재는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등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린 공급자 측 요인들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물가 상승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께 1%대 중반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결론을 말하면 이 예측은 틀렸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책임을 돌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료 한시 인하, 도시가스 요금 변화 등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물가 변동이 큰 데 사전에 예상하긴 쉽지 않다. 이해해 달라"고 했다. 예상할 수 없는 정치적 이벤트 탓으로 돌린 셈이다.
다행히(?)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린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전기료 인하 이벤트도 10월부턴 사라졌다. 더는 돌발변수가 없다면, 물가는 한은의 예측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올 4분기 이상 한파로 전기 소비가 많아 요금이 올라가고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하에 나서 요금이 떨어진다면? 물가목표 역시 또 빗나가게 된다. 그때도 공급요인에 돌발변수가 생겼다는 해명으로 갈음할 건가.
"이번이 마지막 물가 설명회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이 총재의 말처럼 알맹이가 없는 설명회는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이은정 금융부 차장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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