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랄로스펙쿠스·호모인턴스·서류가즘…2016 취업시장 씁쓸한 신조어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김재원 인턴기자]

29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취업시장의 최근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신조어를 발표했다. 신조어는 그 사회의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이번 신조어 발표가 최근 한국 사회의 취업시장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는 분석이다.

‘오스트랄로스펙쿠스’는 과거 토익과 학점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취업 호황기 세대를 일컫는다. 그러나 요즘 세대 구직자들은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호모인턴스’로 불린다.

호모인턴스들을 비롯한 취업준비생들은 경쟁 과열로 학벌, 학점, 어학점수(‘취업 3종 세트’)는 물론 각종 자격증과 어학연수까지 더해져 이른바 ‘취업 5종 세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공모전 입상 경력과 인턴경험, 봉사활동, 성형수술 등이 추가돼 ‘취업 9종 세트’라는 말도 등장했다.

특히 인턴 경험이 필수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턴과 관련한 각종 신조어도 나타나고 있다. ‘부장인턴’은 인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기업체 부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턴을 말하고, 수저론에 빗댄 ‘금턴’과 ‘흙턴’은 인턴 자리에도 양극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턴’은 인맥으로 불리는 ‘백’이 있어야 갈 수 있는 인턴자리를 말하며, ‘흙턴’은 일을 잘 배우지도 못하고 단순 노동만 부여된 자리를 의미한다. 때문에 ‘금턴’의 경우 인턴 생활 이후 안정적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흙턴’은 호모인턴스의 반복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각종 취업 원서를 지원할 때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아 서류 합격만으로도 기쁨을 느끼는 ‘서류가즘’, 자기소개서 작성 공포증에 시달리는 ‘자소서포비아’ 등은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과 31세가 되면 절망한다는 ‘삼일절’에 이어 ‘대2병’과 ‘사망년’까지 등장했다. ‘대2병’은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하는 대학교 2학년 시기를 빗댄 표현이고, ‘사망년’은 취업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받는 대학교 3학년 학생을 일컫는다. 심지어 10대조차도 훗날 백수를 걱정해야 한다는 ‘십장생’이라는 말도 있다.

김재원 인턴기자 iamjaewon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