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복잡한 제도가 등장하게 된 명분은 증권시장의 안정과 활성화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선물·옵션이 그 중 하나다. 본래의 목적은 현물 가격의 변동에 대한 보험(헷지와 보조기능)인데 현물 시장을 교란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자들이 있다. 어떤 기업이 신주발행 또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공매도를 통해 주가하락을 유도해 더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도록 만든다. 일반적으로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므로 공매도를 한 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정보를 먼저 얻고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고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있다.
어쩌다가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수도 없이 목격되는 ‘합법적인 사기’ '불공정한 매매'는 기관과 외국인에 의해 수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게임에 국민의 자산을 지켜야할 연기금이 주식을 대여해 약간의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동안 보유한 기업의 자산은 크게 하락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브로커들이 편안하게 이익을 얻는 동안 정보력이 떨어지고 현실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개인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 또한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특정 기업의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갑자기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주가를 급락시키는 수단 역시 공매도이다.
이렇게 물불 안가리는 탐욕스런 공매도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피해를 보고 있다. 공매도 제도가 증권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그에 비해 부작용은 크다. 그러므로 공매도 제도는 폐지하거나 최소한 신주발행, CB, BW 발행공시가 된 기업의 경우 납입 때까지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세상을 공정하게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를 악용하는 세력이 있다면 보완해서 사회구성원들이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증권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기업이 성장할 때 그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는 투자의 본질을 해치는 제도가 있다면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우리 자본시장은 기관과 외국인들의 현금출금기가 아니다. 더 이상 개인투자자들을 희생양 삼아 자기들의 배를 불리고 증권시장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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