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혼공族…추석에도 노량진 못 떠나는 공시생들

최종수정 2016.09.12 13:23 기사입력 2016.09.12 11:40

댓글쓰기

합격한 미래 생각하며 현재를 희생하는 그들

9일 오후6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서 수업이 끝난 공시생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다. 사진=금보령 기자

9일 오후6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서 수업이 끝난 공시생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다. 사진=금보령 기자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문제원 기자]"어제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추석 때 안 내려 오냐고 물으셨어요. 내려가기 불편하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 안 가겠다고 했는데 말씀은 안 하셔도 서운하신 것 같았어요."

9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서 만난 연모(23)씨의 말이다. 대구에서 혼자 왔다는 그는 내년 3월에 있을 경찰공무원 시험 합격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찾은 노량진 고시촌은 학원 수업이 끝난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로 붐볐지만 추석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몇몇 학원 앞 '추석특강' 홍보물들이 그저 추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한 공무원학원 홍보물에는 연휴 시작인 14일부터 18일까지 추석 특강이 진행된다고 쓰여 있었다. 수업은 한국사·행정법 등 과목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다양했다. 이 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다른 공지의 조회수는 많아야 3000회 정도인데 비해 '2016년추석특강안내' 글은 이미 1만5000회를 넘겼다.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전형진(27)씨는 "추석 특강은 안 듣지만 연휴 동안 자습실에서 공부할 예정"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주말이나 연휴 때 쉬지 않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라고 말했다.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응시자가 많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6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경쟁률은 평균 39.8대 1이었다. 김모(25)씨는 "시골 내려갔다 오면 왕복 7시간 걸리는 데다 체력 소모가 크다"며 "차라리 교재 한 장 더 읽는 게 빨리 합격하는 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때 쉬지 않거나 추석 당일에만 쉬는 학원들도 공시생들이 노량진을 못 떠나게 한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이모(27)씨는 "수업을 빠지면서 굳이 내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서울에서 공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만난 공시생들은 대부분 내년 봄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시험까지 6개월 이상 남았지만 합격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을 노량진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4년째 공시생이라는 손모(29)씨는 "합격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를 희생하는 거다"라며 "합격하면 당연히 추석 때 부모님이나 친척들 뵈러 가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