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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정현-김무성, 닮은 듯 닮지 않은 전현직 당대표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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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동생' 각별한 사이지만 장외 신경전 무르익어
김 전 대표 호남 민생투어에,
이 대표 사상 첫 호남출신 보수정당 대표 당선이 찬물 끼얹어
'쇼맨십' '형님 리더십'은 공통점
내년 대선 앞두고 친박계 킹메이커, 비박계 대선주자로 운명 엇갈려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여당의 전현직 당대표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이정현 의원이 각기 다른 색깔로 폭염 속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걸음걸이지만 명암은 엇갈린다. 이들의 기싸움도 이미 서막을 올렸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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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지역구인 전남 순천을 찾아 당권 장악 뒤 첫 주말을 보낸 이 대표는 이튿날 오후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서울 마포의 숙소와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주요 당직 인선을 고민 중이다. 방점은 당내 화합과 균형, 탕평에 찍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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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호남 일대를 돌며 민생투어를 이어가는 김 전 대표는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가 참패한 뒤 조용히 민생투어를 재개하며 지지기반 확대에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이미 대권가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호남 출신인 이 대표가 사상 첫 호남출신 보수정당 대표가 되면서 김 전 대표의 호남행은 빛이 바랜 상태다. 둘 사이에는 아직 직접적 충돌은 없지만 장외에선 서서히 신경전이 무르익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형님''동생'사이의 각별한 전현직 대표=이 대표는 최근 대선 후보 외부 영입론을 언급해 민생투어로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김 전대표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외부 영입론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외부 영입론을 언급하면 할수록 반기문 대망론에 힘이 실리게 마련이다. 반대로 김 전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 일종의 견제구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민생투어 2주째를 맞은 김 전 대표는 이날 전북 임실을 방문해 "지방세를 올려야 자치제가 활성화 된다"며 다시 화두를 던졌다. 그가 주장하는 개헌론의 한 축인 지방분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난 12일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강경파에 대해 "(권력욕에 사로잡힌) 나쁜놈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소식이 이날 뒤늦게 알려진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다만 강경 친박계를 표적으로 삼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직접 날을 겨누지 않는 모양새다.

둘 사이는 애초 다른 친박·비박과는 달리 나름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온몸을 던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동지라는 의식이 강한 덕분이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를 사석에서 "정현아"라고 부르고, 이 대표는 김 전 대표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해 "(내가) 당 사무처 차장 시절 국장으로 모셨던 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닮은 듯 다른 행보=이들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쇼' 리더십이다. 친화력이 탁월한 이 대표가 연일 '원맨쇼'를 펼치며 입지를 굳히는 동안 김 전 대표도 지역을 돌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밀짚모자에 점퍼를 입고 전당대회 연단에 올랐던 이 대표의 모습은 쇼 리더십의 전형이란 평가를 듣는다. 앞서 창원, 전주 등을 돌며 열린 합동연설회에선 연설 도중 점퍼나 밀짚모자를 벗어던지며 객석의 호응을 유도했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이런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인 순천을 돌아 쇼맨십이 탁월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극적으로 성사시킨 전기료 누진제 완화도 이 같은 쇼맨십의 극치로 평가받는다. 오찬 전날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으로 부르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해 홀로 누진제 완화의 밑그림을 그린 뒤 이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정 정책라인은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회의 직전 관례상 행하던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금지하고, 홀로 당의 '입'을 장악한 것도 쇼 리더십의 한 사례다. 이 대표는 조만간 여당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나 국민, 당원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주로 외곽에서 쇼 리더십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닻을 올린 민생투어의 주요 장면을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채 극적인 장소에서 극적 발언을 쏟아내는 식이다. 요즘에는 SNS에 연일 서민 친화적인 사진을 올려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예컨대 국립 5·18 민주묘지에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더니,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 성래원에선 "제왕적 대통령제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여론에 불을 질렀다.

또 허름한 여관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직접 빨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밀짚모자를 쓰고 수염도 깎지 않은 채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진도 잇따라 SNS를 장식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전해질 순 없었다.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전 대표의 민생 행보가) 남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김 전 대표의 행보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선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밀던 비박계 단일후보가 패하면서 친박계와의 대리전에서 완패한 뒤 은인자중(隱忍自重)하는 모습을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자신이 대권주자임을 연일 안팎으로 내세우고 있다.

◆형님 리더십도 닮은꼴, 내년 대선 앞두고 운명 엇갈려=둘 다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형님 리더십을 구현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이 대표는 당권 장악 닷새째를 맞아 여전히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형님' 리더십이라고도 부른다. 여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직자들에게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말단 당직부터 시작해 한나라당 정책기획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당의 최고위직인 대표까지 오른 만큼 남다른 유대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비박계 좌장인 김 전 대표도 당내 비주류에겐 큰 형님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계파정치란 혹평도 있지만 이보다는 형님 리더십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늘 통큰 정치력을 보이며 자신의 세력을 끌어왔다.

이들은 이 같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기 다른 역할을 맡게 됐다. 친박계 대선 주자 옹립과 대권 쟁취란 다른 목표를 향해 거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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