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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베트남 교과서에 실릴 두 얼굴' 호앙과 "우리 감독님"

최종수정 2016.08.07 19:09 기사입력 2016.08.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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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건 감독(왼쪽)과 베트남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호앙

박충건 감독(왼쪽)과 베트남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호앙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양정모 선수처럼 교과서에도 나오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요?"

박충건 베트남 남자 사격대표팀 감독(50)은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호앙 쑤안 빈(42)을 보며 흐뭇해했다. 1972년 몬트리올 대회 레슬링에서 광복 이후 우리나라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양정모(63)의 사례를 떠올렸다.

호앙은 베트남 올림픽사에 한 획을 그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 센터에서 7일(한국시간) 열린 이 종목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202.5점을 쏴 우승했다. 베트남의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베트남은 2000년 시드니대회 태권도와 2008년 베이징대회 역도에서 딴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AFP통신은 호앙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포상금 10만 달러(약 1억1100만원) 이상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베트남 직장인 평균 연봉(2100달러·약 233만원)의 50배에 달한다.

호앙은 엄청난 성과를 내고도 실감이 나지 않는듯했다. 올림픽 수송 버스를 타고 자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능옌 녹 티엔)을 만나러 선수촌으로 가면서도 좀처럼 흥분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금메달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 밖의 성적이 나왔다. 호앙은 매우 낙천적이고 여유가 있어 큰 대회에서도 부담을 갖지 않는다. 이 성격이 긴장된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했다.

호앙은 금메달을 딴 소감을 영어로 말하면서 박 감독에게 특별히 고마워했다. "우리 감독님"이라고 한국어로 소개하며 "10년 동안 호흡을 맞춘 동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게는 친구 같은 나라"라고 했다. 박 감독의 영향을 받아 삼겹살에 쌈을 싸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고 한다. 박 감독은 호앙의 성과가 뿌듯하면서도 진종오가 메달을 따지 못해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한 분위기였다. "내 조국 독일을 사랑하지만 지금은 한국을 응원하겠다"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2·독일)의 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한국 선수들을 더 많이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베트남 대표팀을 맡았다. 2006년부터 경북체육회 감독으로 일하면서 국내로 전지훈련 온 베트남 선수들과 교류를 많이 했고, 이 일이 인연이 되어 현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대표팀 선수촌 내 숙소에서 생활하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족한 승부근성을 심어주는데 주력한다. 열악한 시설 때문에 부족한 훈련의 질을 만회하기 위해 훈련장을 물색하는 일도 박 감독의 몫이다.

베트남은 전자 표적지가 있는 경기장조차 없어 국제대회를 경험할 기회가 적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전지훈련을 많이 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진종오(37·KT)를 비롯해 기량이 뛰어난 우리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지켜보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호앙은 2013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에 참가해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미국 포트베닝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동메달을 따는 등 정상권에서 경쟁했다. 베트남 현역 육군 장교로 우리 국군체육부대에 해당하는 군 팀의 선수겸 감독으로도 일한다.

박 감독은 "실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체득하고 장점을 흡수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 수준이 점점 비슷해진다"고 했다. 사격, 양궁처럼 우리나라가 잘하는 종목에서는 이미 여러 국내 지도자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팀을 지도하고 있다.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미국 대표팀은 이기식 감독(59)이 지휘한다. 대만 여자 양궁대표팀 사령탑 구자청 감독(49)을 비롯해 사격과 양궁에서 국내 지도자들의 인기가 좋다.

대만 사격대표팀을 지휘하는 김선일 감독(59)은 "호앙의 금메달은 10년 동안 공들인 결과물이다. 국내 지도자에게 배워 경쟁력을 확보한 외국 선수들이 올림픽처럼 큰 대회에서 계속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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