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본의 7개 주요 자동차업체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올해 사상 최대치인 2조8000억엔(약 30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위한 투자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이는 결국 일본 자동차 업계 내 합종연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문에 따르면 7개사의 R&D 비용 합계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2조8120억엔으로 7년 연속 증가했다. 리먼 사태 직후인 지난 2009년보다는 1조엔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스즈키·마쓰다·후지중공업 등 5개사의 R&D 투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도요타의 올해 R&D 비용은 다이하츠 공업 등 자회사의 비용까지 포함해 전년 대비 2.3% 증가한 1조800억엔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다임러의 R&D 비용을 웃돈다. 점차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를 연료로 한 연료전지차(FCV)와 직접 콘센트에 연결해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카 부문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닛산은 전기자동차(EV)의 과제이기도 한 짧은 항속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자동차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면서 R&D 비용이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또 스즈키는 신흥국향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위해 R&D 비용을 6.9% 늘리고 연비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며, 마쓰다도 7.2%의 R&D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의 투자액 차이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도요타의 투자액 규모는 8000억엔 정도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같은 투자여력의 격차가 결국 인수합병(M&A)으로 이어져 일본 차 업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만 해도 닛산자동차가 연비조작 파문에 빠진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점차 자동차업계가 친환경 자동차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것도 재편의 신호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혼다가 GM과 연료전지 개발에 공동으로 나선 것도 기존 산업구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의 제휴다. 규모가 큰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리서치회사인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오는 2025년경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의 전 세계 판매 대수는 700만대 정도로, 전체 시장의 10%에 달할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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