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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원더풀 투나잇

최종수정 2016.07.11 13:36 기사입력 2016.07.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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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달랐다. 돌아보게 만드는 수려한 외모였고 활달했다. 회사 내 '킹카'였다. 어느날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기, 밥이나 한 번 해요" 여자는 생각했다. '뭐야, 이 사람.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지. 장난하는거 아냐.'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도 남자는 자꾸 귀찮게 했다. 여자는 계속 '장난'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화를 냈다. "대체 왜, 왜 그렇게 나한테만 차갑게만 대하는거죠. 밥 한 번 먹는게 그렇게 어려워요!" 남자는 '장난'이 아니었다.

둘은 연인이 됐다. 남자는 음악을, 특히 팝을 좋아했다. 둘은 음악다방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때로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음악 속에서 달콤했다. 세월이 흘러 남자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초로의 여자는 그 시절에 남자가, 또 여자가 가장 사랑했던 노래를 라디오에 신청하며 남자를 추억했다. 에릭 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늦은 저녁이에요. 그녀는 무슨 옷을 입을까 망설이고 있죠. 화장을 하고 금발의 긴 머리를 빗어 내리죠. 그리고 나에게 물어보네요. "나, 괜찮아 보여요?" 나는 대답했죠. "당신 오늘 밤 정말 아름다워"'

단순한 가사이고 유치찬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랑이 원래 단순하고 유치한 것 아니던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한 장면이다.
에릭 클랩튼이 모델이었던 패티 보이드와 세기의 사랑을 나누던 때 파티에 가기 전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에릭 클랩튼은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의 부인이었던 패티 보이드에게 끈질기게 구애해 사랑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실연의 고통으로 술과 마약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뼈에 사무치도록 그립던 사랑이었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파티 시간에 늦었는데도 패티 보이드가 계속 화장을 하고 있자 애릭 클랩튼이 화가 나서 "예뻐, 예뻐, 정말 아름답다구!" 외쳤다는 얘기도 있다)

삶을 송두리째 내던진 사랑이었지만 둘은 10여년만에 이혼했다. 에릭 클랩튼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은 아파트에서 실족사했고 에릭 클랩튼은 그 슬픔을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이란 또 하나의 명곡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 삶은 뜻하지 않은 우연과 열정, 절망, 때로는 광기로 점철되곤 한다.

세기의 사랑이든, 그 어떤 사랑이든 기한은 정해져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할 수밖에.

일흔을 넘긴 나이의 에릭 클랩튼은 최근 신경계통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기타 연주를 더 이상 못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삶과 음악이 분리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건투를 빌어본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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