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남자는 자꾸 귀찮게 했다. 여자는 계속 '장난'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화를 냈다. "대체 왜, 왜 그렇게 나한테만 차갑게만 대하는거죠. 밥 한 번 먹는게 그렇게 어려워요!" 남자는 '장난'이 아니었다.
'늦은 저녁이에요. 그녀는 무슨 옷을 입을까 망설이고 있죠. 화장을 하고 금발의 긴 머리를 빗어 내리죠. 그리고 나에게 물어보네요. "나, 괜찮아 보여요?" 나는 대답했죠. "당신 오늘 밤 정말 아름다워"'
단순한 가사이고 유치찬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랑이 원래 단순하고 유치한 것 아니던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한 장면이다.
삶을 송두리째 내던진 사랑이었지만 둘은 10여년만에 이혼했다. 에릭 클랩튼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은 아파트에서 실족사했고 에릭 클랩튼은 그 슬픔을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이란 또 하나의 명곡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 삶은 뜻하지 않은 우연과 열정, 절망, 때로는 광기로 점철되곤 한다.
세기의 사랑이든, 그 어떤 사랑이든 기한은 정해져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할 수밖에.
일흔을 넘긴 나이의 에릭 클랩튼은 최근 신경계통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기타 연주를 더 이상 못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삶과 음악이 분리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건투를 빌어본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