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기존 SK틀 못 깨면 미래 없어" 작심발언

SK그룹 확대경영회의서 절박감 강조
최 회장, 스스로 변화 실천 위해 TED 방식 강연 진행
"하반기 CEO 세미나까지 변화 속도와 강도 정해달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사업·조직·문화 등 기존 SK의 틀을 깨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작심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올 하반기 경영화두를 던졌다. 그는 "브렉시트 등 글로벌 경영환경의 폭과 깊이는 우리의 생각 이상"이라며 "관습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CEO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하반기 CEO 세미나 때까지 정하고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예정에 없던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 경영환경 아래 변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우(slow)가 아니라 서든 데스(Sudden Death)가 될 수 있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관습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존 SK를 바꿔달라고 CEO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산하 7개 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 및 관련 임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CEO들에게 'TED 방식(18분을 넘기지 않는 시간 동안 강연 형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강연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 관계자는 "근본적 변화에는 형식이 불 필요하다는 점을 몸으로 말한 것"이라며 "형식을 갖춘 회의에서 변화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낡은 방식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선 마이크를 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CEO들 앞에 서서 SK그룹이 닥친 위기부터 변화의 대상과 방법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 임직원들이 SK를 선택한 것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다른 곳 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면서도 "현실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고 대부분의 관계사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선 SK 임직원이 스스로 행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SK 역시 사회에 행복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최 회장이 이날 모인 CEO들에게 주문한 것은 모두 3가지다.

우선 최 회장은 과감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이 변하면 돈버는 방법도 바꿔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 봤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성공이나 지금까지의 관행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존 기업문화의 틀도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출퇴근 문화에서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제도·규칙 등이 과연 지금의 변화에 맞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열린 눈으로 일하는 방법을 바라봐야 틀을 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중장기적인 경영을 위해 재원과 체력을 쌓아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산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자산을 효율성과 유연성있게 관리하면 변화의 속도에 맞게 준비가 가능해져 어떤 사업에 어떤 자산을 최적으로 투입할 지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최태원 회장이 던진 화두는 그간 강조돼온 변화의 속도·깊이 등 2차원적 개념을 넘어 변화의 대상·방법, 그리고 변화의 목적까지 아우른다"며 "앞으로 SK 관계사들은 최 회장이 제시한 방향성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들을 일으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