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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청소년 거리상담' 따라가 보니…"그냥 좀 내버려두세요"

최종수정 2016.05.27 09:11 기사입력 2016.05.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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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하지 말라던 말 속에 숨겨진 "제 말 좀 들어주세요 "

25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역 앞에서 금천청소년쉼터 활동가들이 청소년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25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역 앞에서 금천청소년쉼터 활동가들이 청소년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기하영 수습기자]“그냥 나왔는데요. 집에 있으면 할 것도 없고” 왜 가출했냐는 질문에 소년은 무심히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핸드폰을 연신 들여다보던 친구가 “(부모님은) 잔소리가 너무 많아. 간섭을 아예 안 했으면”하고 내뱉었다.

25일 오후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김준영(가명·17)군은 가출한지 5일째라고 했다. 친구 이현승(가명·17)군과 거리상담소를 찾은 그는 배가 고픈지 상담사가 내어준 젤리를 냉큼 먹어치웠다. 수중엔 신림 순대촌에서 전단지 알바를 해 모은 만원이 전부였다. “아이씨 시간당 6000원 받고 일했어요. 최저임금 6030원도 못 받는 거라구요”라며 현승군이 볼멘소리로 툴툴댔다. 20도 아래도 떨어진 쌀쌀한 날씨 탓에 파란색 교복 하복 밖으로 보이는 깡마른 팔이 유독 추워보였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달을 맞아 가출·거리 배회 청소년 보호를 위한 ‘찾아가는 위기청소년 거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청소년쉼터 전문가, 유해환경감시단,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27일까지 전국 37개 청소년 밀집지역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25일 밤 찾은 신림동은 대표적 청소년 밀집 지역 중 하나다. 이날 거리 상담에 동참한 한강희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팀장은 “신림역 근처엔 싸게 방을 잡을 수 있는 곳이 널렸다”며 “코인노래방 등 저렴하게 놀 거리도 많아 가출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된 상담부스에는 오후 10시까지 100여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방문했다. 거리 상담을 나온 11명의 금천청소년쉼터 활동가들은 상담부스 앞을 지나는 청소년들에게 과자와 물티슈 등이 담긴 선물을 건네며 상담 의자에 아이들을 앉혔다. 노란 형광조끼를 입은 그들 앞에 교복을 입을 아이들이 마주 앉아 현재의 고민을 묻는 설문지를 적어 내려갔다.
금천청소년쉼터 활동가들이 신림역 주변 유흥가에서 놀고있는 청소년을 찾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

금천청소년쉼터 활동가들이 신림역 주변 유흥가에서 놀고있는 청소년을 찾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


“친구는 가출해 본 적 있어?” 상담사의 물음에 설문지를 작성하던 여고생 2명은 “없어요. 저 집순이인데요”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무릎 위로 껑충 올라온 교복치마에 빨간 입술이 돋보이던 여고생은 “예전에 인천에서 쉼터를 이용했어요. 그 때 이후로 집이 제일 좋던데요”하고 배시시 웃었다.
8시 반이 되자 활동가 7명이 신림역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천 가방에 쉼터 전화번호가 적힌 물티슈를 넣고 신림역 주변 노래방과 모텔, 그리고 도림천 주변을 돌아다녔다. 도림천에서 술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찾아가 몇 살이냐고 묻자 20살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은영 서울시금첨청소년쉼터 상담팀장은 “저 중엔 20살이 아닌 친구들도 있을 거에요. 가출 청소년들은 숨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찾긴 힘들죠”라고 말했다.

청소년의 가출 경험률은 2010년 이후 조금씩 줄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접촉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가출을 경험한 경험은 2010년 13.7%, 2012년 12.2%, 2014년 11%이다. 하지만 가출청소년과 같이 위기청소년의 가출 경험률은 2010년 73%, 2012년 72.8%, 2011년 69.3%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상담에 참여한 우지훈(17)군은 “가출 생각해 본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며 “다들 처음엔 부모님과의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해요. 예를 들어 담배 피우다 걸린 거, 그러다 공부소리만 하는 부모님이랑 말하기 싫어지는 거죠”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또다른 여학생은 "가출생각이 날 땐 부모님이 제 말을 안 들어 줄때"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가출한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면 밀당이 필요하다”며 “처음부터 쉼터에 오라, 집에 돌아가라 해도 듣질 않죠. 아이들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잖아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청소년 활동가로 17년 동안 상담을 해온 베테랑다운 조언이었다.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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