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업계에선 견적 후려치기, 추가비용 떠넘기기 등 중동 발주처의 공사비 쥐어짜기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국가 발주처들이 저유가에 재정이 부족해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공사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전 세계 주요 건설사들이 앞다퉈 중동 발주 물량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극심해진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WA가 장점도 있지만, 일부 발주처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중동 지역 발주처들은 경쟁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이후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이 나왔을 때만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을 한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도 할 수 없고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을 시공사가 100%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사에 대한 분쟁도 늘고 있다. 중동 발주처들이 국내 건설사의 클레임에 반감을 나타내면서 공사비 받기가 녹록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2012년 국내 대형사 6곳은 '사우디제이션'(사우디아라비아의 자국민 우대 고용정책)으로 총 1억달러에 가까운 추가 비용을 물었다. 일부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사우디 발주처와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대형 건설사 6곳의 미청구 공사 평균 잔액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서 곳곳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청구 공사 잔액은 건설사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비를 뜻한다.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발주처와의 계약에서 정한 주요 공사 단계가 끝나면 공사비를 청구할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저유가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중동 등의 현지 공사가 지연, 시공사 경영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발 어닝쇼크를 겪을 정도로 계약·시공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했다"면서 "이란의 경우 단순 도급이 아닌 금융조달을 동반한 개발사업이 많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요 예측·운영기간 등을 계약 단계부터 꼼꼼하게 따져서 최종 계약을 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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