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 - 작가 쉘 실버스타인 타계 17주기… 전쟁 속에서 만평 그려
1964년 출판된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내용이다. 이 동화에는 가슴 뭉클한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삽화가 곁들여져 있다. 짧고 단순한 문장에 의미를 담고, 재미있는 삽화로 그것을 전달한 이는 작가 쉘 실버스타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 평화로운 동화를 그리기 전 전쟁의 한 가운데서 그림 실력을 닦았다. 그것도 한국에서.
이 경험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줬는데 그는 훗날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내 나이에, 제한된 경험만을 가지고 갑자기 매일 만평을 마감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기회였고 나를 성장하게 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미지와 다소 동떨어진 그의 이력 중 하나는 '플레이보이'의 작가 겸 시사만화가로도 활동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쟁 중 군사신문에 실은 만평과 성인잡지의 시사만화가 그의 그림동화와 전혀 관련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역작을 만든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시적인 문장에 풍부한 해학과 번뜩이는 기지를 담을 수 있게 됐다. 그가 1999년 세상을 떠난 뒤 당시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그의 위트 넘치는 글과 일러스트를 모은 마지막 책 'Every Thing On It -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가 나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결말이란 건 없어. 끝나는 건 언제나 가장 슬픈 일이야. 그래서 나는 행복한 중간이나 아주 행복한 시작이 좋아."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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