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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00주기]이런 천재가 실존인물? 꼬리문 의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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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백작說·베이컨說·집단창작설…"장갑 제조공 자식이 귀족 테니스를 알다니"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앞두고 그의 생가 앞에서 배우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출처=AFP·연합뉴스]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앞두고 그의 생가 앞에서 배우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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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수습기자] "Who is it that can tell me who I am(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 1막 4장에 나오는 리어왕의 절규다. '셰익스피어 저작 논쟁'을 두고 지금 셰익스피어가 하고 싶은 얘긴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가 타계한 지 400년, 그는 의심받는다. 과연 셰익스피어가 직접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를 썼냐는 것이다.
이 논쟁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정치가 이그나티우스 도넬리가 '위대한 암호: 셰익스피어 작품들에 들어있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암호(1888)'라는 책을 쓰면서 시작됐다. 이후 128년 동안 세계문학계의 큰 이슈로 자리 잡았다.

학계에도 셰익스피어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찰스 디킨스, 마크 트레인과 헬렌 켈러가 그랬다. 프로이트는 옥스포드 백작인 에드워드 드 보어, 트웨인과 켈러는 프랜시스 베이컨을 '진짜 셰익스피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셰익스피어가 진짜라고 믿는 스트랫포디언(Stratfordian·스트랫포드는 셰익스피어의 고향)과 달리 안티 스트랫포디언(Anti-Stratfordian)으로 불렸다.

셰익스피어의 정체가 계속해서 의심받는 이유는 귀족이 아닌 자유민이었던 그의 집안과 기록이 많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삶 때문이다. 그의 시적 탁월함, 천재적인 명성과 배경이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여든 명에 가까운 '진짜 셰익스피어' 후보를 낳았다.
1564년 영국 워릭셔 주의 작은 마을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셰익스피어는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죽장갑공이었다. 안티 스트랫포디언은 이런 배경을 가진 이가 어떻게 희곡에서 법령, 문화, 외국, 귀족스포츠였던 테니스, 사냥, 매 부리기 등을 묘사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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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가 이수한 유일한 교육과정인 문법학교(Grammar school)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문법학교는 초중등과정으로 라틴어 문법과 고전, 수사학을 가르쳤다. 셰익스피어가 이 학교를 다닐 당시 교장인 토마스 젠킨스를 비롯한 교사들은 옥스퍼드대학교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의 학생명부는 소실됐고 셰익스피어가 이 학교를 다녔다는 증거는 없다. 안티 스트랫포디언은 셰익스피어가 제대로 교육을 받은 증거가 없음에도 희곡과 시를 통해 그렇게 많은 단어를 쓸 수 있었느냐고 얘기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1만7500에서 2만9000개의 단어 정도를 썼다.

안티 스트랫포디언의 주장은 당시 귀족 지식인 중 누군가가 '셰익스피어 희곡'을 썼고 시골 출신 셰익스피어는 얼굴마담 노릇만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귀족들은 통속적인 향락을 추구해선 안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했다. 귀족들은 희곡을 쓰기 힘들었다. 옥스퍼드파가 주장하는 '진짜 셰익스피어' 후보는 프랜시스 베이컨, 크리스토퍼 말로, 에드워드 드 비어다.

크리스토퍼 말로는 셰익스피어가 런던에 도착할 즈음 극작가로 크게 성공했다. 안티 스트랫포디언은 말로가 사형에 처할 위기에 처하자 죽음을 사고로 위장했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썼다고 주장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1500년대 후반 영국최고의 지식인이었다. 변호사이자 철학가이자 과학자였고 셰익스피어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말로가 사망한 날로부터 13일 이후에 셰익스피어의 첫 작품이 출간됐다. 1611년 베이컨이 법무장관에 취임하던 그해 셰익스피어는 작품활동을 중단했다.

영화 '위대한 비밀(Annymouse·2011)'로 유명해진 에드워드 드 비어 경도 있다. 그는 옥스퍼드 가문의 제17대 백작으로 당대 가장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은 시인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열네 번이나 등장하는 이탈리아를 젊은 시절부터 여행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드 비어의 삶은 닮아 있다. 드 비어의 연애로 인해 가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고(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스를 여행하는 동안 부인의 불륜으로 괴로워했다(오셀로). 드 비어는 베니스에 사는 동안 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려 빚에 허덕이기도 했다(베니스의 상인).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 안병대 한양여대 교수는 "셰익스피어 생전에도 이런 편견이 팽배해 있었다. '귀족 신분도 아니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그런 희곡을 썼냐'는 것이다. 안티 스트랫포디언의 기본 논리에는 16세기의 편견이 깔려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과 세계가 그만큼 깊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궁정 내 이야기나 이탈리아, 덴마크 등 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썼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는 전래되는 이야기와 작품을 바탕으로 해서 희곡을 썼다. 당시에 설화, 여행에세이 등 희곡 집필의 자료들은 많았다.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충분히 완성할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를 의심하는 이들은 지엽적인 내용을 전체로 확대 해석한다"고 했다.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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