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거 유세용 차량이 아니다. 에쓰오일의 '위기대응 이동 지휘차량'이다. '위기대응'이니 '지휘차량'이니 하는 이름도 심상치 않지만, 군사 작전을 연상시키는 차량을 기업이 운영한다는 것도 이채롭다. 이같은 파격을 시도한 주인공은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다. 마하셔 대표는 "에쓰오일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사업장이 돼야 한다"며 지난해 임원회의에서 제안했다. 차량에 들어갈 카메라의 기능, 화면 위치, 통신 기능 탑재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그림을 그리듯 이야기했다.
국산 승합차에 1억원을 들여 개조한 이 차량에 대한 마하셔 대표의 애정은 각별하다. 완성 후 성능 점검을 하기 위해 온산 공장에 내려가 살펴보고, 불시에 차량을 이용한 모의 훈련도 실시했다. 실제 투입도 이뤄졌다. 지난 1월 20일 온산공장에서 사고가 터졌을 때 처음으로 출동했다. 화재가 발생한 낮 12시40분부터 불길을 잡아 진화까지 2시간 동안 사고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점심 시간 예상치 못한 화재에 급작스럽게 비상회의를 소집한 마하셔 대표도 차량이 보내준 영상을 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지시했다. 덕분에 불길도 조기에 잡고 인명 피해도 나지 않은 채 무사히 사고가 수습됐다.
마하셔 대표의 '안전 경영'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정유업계 전체가 적자에 허덕일 때도 15억원짜리 소방차를 구입했다. 또한 본사와 공장,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기도 폐쇄시 응급처치,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는 교육도 실시했다. 의무 교육인만큼 마하셔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직원들과 함께 교육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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