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원정대①
학식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대학가 식당에서 점심 한 끼 먹으려면 필요한 돈은 5000원으로 대학생들에게는 살짝 부담스럽다. 학식에서는 1000원짜리 3장으로 넉넉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른바 3000원의 행복이다. 3000원 안팎의 금액으로 먹을 수 있는 인기 학식 메뉴와 같은 가격의 대학 인근 음식들을 비교해봤다.
1500원으로 뭘 사먹지?= 그 어떤 메뉴로도 1500원 떡국 한 그릇의 행복감을 맛보기는 쉽지 않다. 김밥집에 가도 일반 김밥 한 줄에 1500원이다. 간혹 1000원에 파는 김밥이 있다지만 따뜻한 국물이 없으니 목이 멘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라면 두 봉지를 1500원에 살 수는 있다. 이것만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최상의 1500원 식사가 될 것이다.
◆소불고기덮밥(2500원) -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관식당=외대인이 사랑하는 학식 메뉴 중 하나다. 푸짐함과 깔끔함을 모두 갖췄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소불고기를 접시 위에 수북이 쌓아 준다. 양파와 버섯 향이 풍미를 더했고 썰어 넣은 가래떡에도 양념이 잘 배어있다. 진가는 밥과 비벼먹을 때 발휘된다. '입에 감긴다'는 표현이 정확히 들어맞는다. 학생식당 기본예의 리필도 섭섭하지 않다. 외대 소불고기덮밥은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는 메뉴다.
2500원으로 뭘 사먹지?= 2500원만 들고 갈만한 식당이 있을까. 있더라도 차비가 더 든다. 당장 2500원 들고 끼니를 때우려면 갈만한 곳은 편의점이다. 도시락은 최저 3000원이라 쳐다봐선 안 된다. 삼각김밥 코너에서 참치 마요네즈(700원)와 전주비빔밥(800원) 두 개를 집어 들고 1000원짜리 바나나 맛 우유까지 챙기면 편의점표 한 끼가 완성된다. 그러나 소불고기덮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라탱(3200원) -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위당관 청경관= 웬만한 레스토랑에 가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라탱을 연세대학교 위당관 학생식당인 청경관에선 3200원에 즐길 수 있다. 즉석으로 조리해 나오는 그라탱엔 '치즈덕후'들도 만족할 정도로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가 있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밥이 이 그라탱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밥 안에서 살아 숨쉬는 오징어는 먹는 재미를 한층 더 올려준다. 치즈, 밥, 오징어의 진정한 삼위일체를 느끼고 싶다면 위의 부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상큼한 단무지와 피클을 많이 챙겨 두자.
3200원으로 뭘 사먹지?=3200원이면 편의점에서 그럴듯한 도식락을 살 수 있다. 도시락을 사 먹으면 500㎖ 생수를 2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가 자주 있다. 3000원짜리 도시락에 200원을 투자하면 부러울 것 없는 한 끼다. 물론 그라탱의 이국적인 만족감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김치볶음밥김밥+깐풍육(3300원) -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사회관 C동 분식당
= 학식에선 두 가지 메뉴를 함께 먹어보는 사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홍익대학교 인문사회관 C동 8층에는 작은 분식집이 있다. C동 8층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C8'이라고도 불린다. 김밥, 우동, 빵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판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C8 우동'도 유명하지만 빨간 색감만으로도 입맛을 돋우는 김치볶음밥김밥(1800원)과 깐풍육(1500원)을 선택했다. 김밥은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흰쌀밥 대신 김치를 다져넣은 볶음밥 안에 햄, 단무지, 오이만 넣었다. 단출하다고 무시해선 안 된다. 매콤한 김치 양념이 입맛을 계속 당기고 김밥 속 3총사는 제 역할을 200%한다. 깐풍육 역시 짭조름하면서 살짝 매운 맛과 단 맛이 함께 돈다. 게다가 단돈 1500원이다. 수입육이 아닐까 의심해봤지만 국내산 돈육을 쓴다고 한다. 김볶김밥과 깐풍육 둘 다 매콤한 음식이지만 서로 부딪히지는 않는다. '매콤콤비'의 탄생이다.
3300원으로 뭘 사먹지?
= 분식집이나 편의점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엔 햄버거 가게로 달려가자. 아뿔싸! 새우버거와 불고기버거가 3400원이다. 딱 100원이 부족하다. 눈물을 머금고 100원짜리 하나를 더 꺼내 햄버거를 사먹기로 해도 목이 점점 메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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