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좋다' vs '먹어도 될까'
◆먹어도 좋다 = 짬뽕은 중국에서 시작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정착한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해물, 채소 등을 기름에 볶다 물이나 육수를 넣고 끓인다. 중국서는 초마면이라 불리다 일본에서 짬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짬뽕'이라는 단어에는 서로 다른 것을 뒤섞는다는 의미도 있다. 이것이 짬뽕의 정체성이다. 그만큼 짬뽕은 함께 뒤섞일 수 있는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개방적인 음식이어야 한다.
한 입 베어 물고 면과 해물과 매콤한 국물이 어우러진 짬뽕 한입을 먹은 것 같다고 하면 과장이다. 그런 맛을 원하면 요사이 햄버거 가게 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짬뽕 전문점을 가면 된다. 전화 한 통만 하면 배달도 된다. 짬뽕이 도처에 널렸는데 햄버거까지 짬뽕 고유의 맛을 재현할 필요는 없다. 마짬버거가 전하는 것은 짬뽕의 맛이 아니라 짬뽕의 느낌이다. 맵고 짠 면과 해물의 느낌말이다. 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도전할만하다.
◆먹어도 될까 = 음식은 품고 있는 고유의 정서가 있다. 그 음식이 당기는 날이나 기분에는 이런 정서가 반영돼 있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 파전과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것은 이 음식이 담고 있는 정서다. 짬뽕과 햄버거도 각기 다른 정서가 있다. 우리는 흔히 매콤한 것이 당기는 추운 날 점심 짬뽕 한 그릇이 생각난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을 위해서 찾기도 한다. 뜨겁고 매콤한 국물이 스며든 면, 고기, 해물, 채소를 한 젓가락에 들어 후루룩 빨아들이면 숙취가 말끔히 해소된다. 이것이 이 음식의 정서며 문화다.
면과 면 사이에 튀긴 패티가 끼어 있는 익숙하지 않은 겉모습에 먹기 전부터 머뭇거리게 된다. 면이 굳어 있는 모양에 일단 손이 가지 않는다. 용기를 내 한 입 먹으면 가장 먼저 미끈거리는 면의 질감이 느껴진다. 면이 짜지는 않지만 곧이어 들이닥치는 매운 소스가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해산물이 들어갔다는 패티는 위안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새우버거 패티 등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채소는 너무 적어 아무 구실도 하지 못한다. 혀에 남은 것은 짬뽕의 맛도 아니고 버거의 맛도 아닌 맵고 짠 기운뿐이었다. 한 입 먹고 양치를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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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강현영 인턴기자 youngq6@naver.com
손현진 인턴기자 freehj@asiae.co.kr
이종윤 인턴기자 dirnqox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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