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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각 논란]'요정'의 추락…밀실정치 상징에서 경영난 허덕이는 문화시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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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식사' 논란 삼청각…현대사의 영욕 담긴 그 현장을 가다



70년대 남북적십자회담 만찬장소 등 국빈접대 회담장·공식활용 '영광'
정치권 로비·접대 장소로 승승장구
결혼식·연회장 등으로 활용되는 삼청각 청천당의 모습.

결혼식·연회장 등으로 활용되는 삼청각 청천당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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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8일 오후 5시 30분쯤 도착한 서울 성북구 북악산 자락의 삼청각(三淸閣)은 춥고 스산했다. 추운 날씨와 차가운 숲속 바람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손님이 거의 없었다.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6개 전각 중 메인 역할을 하는 일화당도 찻집에만 손님이 5~6명 앉아 있었을 뿐 한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진 촬영ㆍ연회 장소로 대여되는 다른 전각들은 모두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전날 불거진 세종문화회관 간부의 갑질 식사 파문으로 손님이 줄어든 걸까? 현장에서 만난 삼청각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우리도 사실 뉴스를 보고 알았다. 대부분은 모르는 일"이라고 입을 굳게 닫았다. 예약 취소 문의가 왔느냐는 질문에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알려줄 수없다는 입장이었다

잠시 돌아 본 삼청각은 과연 1970~80년대 우리나라 3대 요정(料亭)의 하나라고 꼽혔던 명성 그대로였다. 소나무 숲속에 자리잡은 한옥 6채는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고히 뽐냈다. 전망과 주변의 소나무 숲도 일품이었다. 삼청각의 이름 그대로 산이 맑고(山淸), 물이 맑아(水淸) 사람의 마음도 맑아진다(人淸)는 자랑이 허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삼청각은 단순히 요정집만은 아니다. 현대사와 영욕을 같이 했다. 삼청각은 1972년 한모씨 이름으로 건축된 후 1975년까지 정부가 남북적십자회담 만찬 장소로 사용하는 등 '국빈접대 회담장'으로 공식 사용했다. 1972년 당시 합의된 7.4 남북 공동 성명은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 정부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3대 원칙을 합의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때 남측 협상 대표였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합의를 마친 후 삼청각에서 북한 박성철 부수상과 축배를 들었다.

삼청각은 이후 1975년부터 '유흥음식점'으로 등록해 요정으로 운영되면서 청운각ㆍ대원각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요정 중의 하나로 이름을 날렸다. 정관계 실력자들이 기생파티를 즐기면서 로비ㆍ접대를 받고 밀실 정치를 꾸미는 요정정치의 산실이었다.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중앙정보부의 위세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개업식 파티에 중정요원 50여명과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동원돼 화제가 될 정도였다.

이후 한식당 등 변화시도 했으나 실패
3년 연속 적자·방문객 수도 시들시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룸살롱' 문화가 번성하기 시작하자 기세를 잃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한식당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1999년 12월 문을 닫았다. 이때 민간건설사가 인수해 고급 빌라를 지으려고 했지만 2000년 서울시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서울시가 삼청각을 인수해 2001년 리모델링을 거쳐 외국인ㆍ일반 시민을 위한 전통 문화ㆍ컨벤션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옥의 아름다움과 전통 문화을 소개하면서 한식을 즐기고 예식을 치룰 수 있는 국제적 관광명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방문객과 수익이 줄어들면서 고전 중이다. 2013년 2억7000만원, 2014년 6000만원, 지난해 2억7000만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방문객도 2013년 14만5304명, 2014년 11만222명으로 줄다가 지난해의 경우 13만명을 겨우 넘겼다. 일각에선 기생요정문화의 상징인 삼청각에서 외국인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세종문화회관 간부의 '갑질 식사' 파동까지 겹치면서 삼청각의 현재와 미래를 둘러 싼 논란도 일고 있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요정이 아닌 줄 알았지만 여전히 갑질이 횡행하는 요정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삼청각 뿐만 아니라 비슷한 곳들의 방만 경영이나 비리를 일소하고 시민들이 좀더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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