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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빈 왈츠가 '전쟁'을 만났을 때…손열음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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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 독주회 '모던 타임즈'
1차대전 참전 작곡가 모리스 라벨 연주
'라 발스' 그가 경험한 절망의 풍경 담긴 곡


손열음 (사진=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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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La Valseㆍ왈츠)'는 19세기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추억하는 곡이다. 그는 화려한 왈츠에 맞춰 춤추던 풍요로운 시절의 유럽을 상징하는 인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3년 만에 의병 제대한 라벨은 전쟁의 참상에 괴로워하며 3년 동안이나 곡을 쓰지 못했다. '쿠프랭의 무덤'이나 '볼레로' 등 이후 라벨이 쓴 곡들이 사이코적 색채를 띠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라벨은 '라 발스'에 전쟁 전 호화롭고 빛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곡의 앞부분에는 쾌활하고 활기찬 4분의 3박자 왈츠 여섯 개가 나온다. 라벨은 이 곡에 '빈 왈츠 예찬'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곡은 어지럽게 얽히며 왈츠를 출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그 시대의 풍경이 스몄다"고 했다.

손열음이 오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2013년 첫 독주회로 콘서트홀 좌석을 매진시킨 지 3년 만이다. 주제는 '모던 타임즈', 부제는 '전쟁과 평화'다. 특별히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를 처음에, 라벨의 '라 발스'를 마지막에 배치했다. 17일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만난 그는 "전쟁이 한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건지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첫 곡 외에는 라벨, 조지 거슈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이 제1차 세계대전 즈음에 작곡한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손열음은 "굉장히 실험적인 프로그램 구성"이라고 했다. 관객에게 작곡가들의 이름은 익숙할지 몰라도 이들의 음악은 낯설다. 현대음악은 쇼팽, 베토벤 등 피아니스트들이 독주회에서 주로 연주하는 고전음악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실험'을 구상한 이유는 "내가 스스로 진정성을 느끼는 곡들을 연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음악의 강점이고 다른 연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손열음 (사진=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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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은 "1910년부터 1920년까지, 그 시기에 대한 큰 동경이 있다. 전쟁 뒤 세상이 바뀌었다. 강제로 세계화된 때라고 생각하는데, 음악 세계는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다. 파괴와 혼란으로 가득한 세상은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켰다.

손열음은 "이 시대의 혼란스러움은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고도 했다. 20세기 초 유럽과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은 건 그가 늘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질문하기 때문"이다. 손열음은 "서양음악을 하는 동양인으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스트라빈스키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미국에서 죽었다. 라벨 역시 신문화와 신문물에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손열음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전 세계를 떠돌며 사는 나는 평생을 빈에서 산 모차르트나 베토벤보다 그들(코스모폴리탄)의 삶의 궤적에 훨씬 더 공감한다"고 했다.

치열하게 묻고 답해 작곡가와 곡을 정하고 또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관객에게 친절히 알리는 손열음에게서 소통하는 연주자의 모습을 본다. 그는 칼럼이나 책으로 자신의 경험을 곧잘 털어놓곤 하는데 그가 '고행'이라고 표현하는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음악에는 가사가 없다. 가사가 없다는 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거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그거다. 음악의 이해를 돕는 일이 있다면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고 싶다."

손열음 피아노 독주회는 대전, 창원, 대구, 부산 등 10곳에서 열린다. 3만~8만원. 문의 1577-5266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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