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낸 피아니스트 손열음 "글쓰기 최고의 영감은 마감시간"
신문에 5년간 연재한 칼럼 묶어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출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피아니스트 손열음(29)이 지난 5년간 한 일간지에 기고한 음악칼럼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제목은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연주자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하노버에서 글을 쓴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열음은 첫 책을 낸 소감을 묻자 "책을 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망하고 쑥스럽다"며 수줍게 말했다. 그는 "50개가 넘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음악, 음악가, 개인적인 이야기, 여행, 영감을 받은 인물 등 여러 주제를 다뤘다. 지금까지의 책들은 전문가들이 외부의 시선으로 보는 음악에 대해 썼지만, 저는 직접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안에서 보고 있는 음악에 대해 썼다"고 말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손열음이 아끼는 클래식 거장 이야기에서부터 콩쿠르에 목숨을 거는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 음악 교육의 현실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내용이 전개된다. "가족도, 친구도, 전화기도, 악보도, 아무 것도 내 곁에 없는데, 나는 무조건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는 그 사실, 그 사실이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게 '산다는 것'과 너무도 똑같아서다."(321p) '젊은 거장'이라 불리며 대중의 찬사를 받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내면의 이야기도 책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 5년간 성실하게 마감을 한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칼럼 연재를 시작한 지 2년째 되던 해에는 "능력이 없다"는 생각에 그만둘 결심까지 했지만 "하나를 시작하면 계속 해나가는 성격"때문에 글쓰기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도 안잡히는 공항에서 급하게 마감을 한 적도 있고, 공연 리허설을 하러 가는 택시 안에서 40~50분 만에 글을 써내려간 적도 있다. 호텔에 노트북이 없어서 손으로 쓴 원고를 스캔해서 보내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원고를 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의 영감은 마감시간"이라는 사실까지도 깨달았다.
보통 하나의 칼럼을 써내려가는 데 반나절은 걸린다고 하는 그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굴곡이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쉽게 '재밌겠다'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막히면 '하지 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또 마지막에 잘 될 때면 성취감이 굉장히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빈 지면으로 나가면 안되니까 그림이라도 그려 넣을까"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봤다고 털어놓는다.
글을 쓰는 활동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부하고 있는 곡이 있으면 머릿속에 그 생각으로만 꽉 차있게 된다. 그 때 자료를 찾아서 분석하고 체계화시키고, 이를 다시 글로 풀어쓰게 되니까 연습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당분간은 책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서도 "'죽어도 이건 하지 말아야지'라는 강박관념은 없어서 앞으로 또 도전을 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