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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날 이야기보따리]인생은 축구 한 판…"이모작 준비도 전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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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은퇴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발빠른 금융권에서는 각종 '노후대비' 상품이 쏟아지고, 서점가에는 '노후'와 '인생이모작'을 내건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대체 인생2막은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인생전반전, 모아야 산다='반퇴시대'라는 말이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 50대에 이른 은퇴를 하고, 또 다시 구직활동에 전념하는 게 당연해진 요즘을 이르는 말이다. 누구나 퇴직은 내 일이 아니라고, 아직 먼 일이라고 여기지만 '은퇴'는 누구에게나 어느날 '갑자기' 혹은 '어쩌다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미 해본 사람들은 "반퇴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기회는 소나기처럼 내린다. 그런데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기회를 잡을 여력조차 없다. 준비 없이 반퇴를 했다가 쓴 맛을 봤다는 명대성 반퇴전략연구소 대표는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날 때가 반퇴를 준비할 때"라고 말한다.

창업을 하더라도 초기자금이 필요하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기술이나 경력이 축적돼야 한다. 안태관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퇴직을 하고 창업이나 재취업 준비를 하든, 취미활동을 하든 기본적인 소득이나 자산은 있어야 한다"며 "자산 축적은 노후가 닥쳐서가 아니라 젊었을 때부터 차곡차곡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후반전을 준비하는 전반전의 자세란, '돈을 붓는 것' 외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험자들은 "자기 계발"이라고 답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50대 초반에 퇴직한 후 지역 문화센터나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논어' 강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박 모씨(54)를 만나 보았다. 박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한문학을 꾸준히 공부하고 대학원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며 "현재는 박사 과정을 준비중인데 뭐라도 해놔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퇴직 후 막막했을 것"이라고 겸연쩍게 웃었다.

명 대표는 "제대로 된 노후와 인생 후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돈 뿐만 아니라 기술, 경력도 쌓아야 한다"며 "3040은 결국 무엇이든 축적하고 모아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인생후반전, '나'에서 '우리'로=퇴직이 현실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인생 후반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인생이모작'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나와 내 가족 중심의 노후준비였다면 요즘 인생이모작의 키워드는 지역사회, 공동체 등이다.

2014년 대기업에서 퇴직한 이상욱(53)씨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낙'을 즐기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30여 명과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해 '한양길라잡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한양길라잡이'는 옛 한양의 유적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탐방·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다.

이씨는 평소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쌓은 역사와 유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센터 내 '열린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씨는 "일과 나, 내 가족과 같이 좁은 틀에 갇혀 살아왔던 나에게 이모작지원센터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곳"이라며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내가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금융권 퇴직자인 노모(59·여)씨도 퇴직 후 인생을 준비하면서 자기 중심적이었던 성격이 많이 개선됐다. 2010년 5월까지 36년간 다녔던 금융회사를 퇴직한 노씨는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민생침해 예방교육 강사' 등 자신의 전직 경력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노씨는 "퇴직 후 이모작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생전 처음 맞이한 나만의 시간을 성과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의미있게 활용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인생의 종착점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한 사람들도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정부 차원의 귀농·귀촌 지원책도 한 몫했다. 이전처럼 홀로 또는 가족 단위로 시골로 내려가 고군분투하며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고,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 실패 사례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재원 한국귀농귀촌진흥원 대표는 "귀농귀촌인의 자율적 조직인 '귀농귀촌공동체'를 통해 민관이 사업을 함께 수행함으로써 정착 실패율 감소 및 농촌활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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