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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장밀착'형 인생후반 지원…"이모작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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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에 위치한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 입구

▲종로구에 위치한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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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여기서?" 지난 20일 오전 찾아간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 종로3가역 3번 출구로 나와 1분 정도 걷다 보면 왼편 구석에 어두침침한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8층짜리 건물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5060 세대의 '인생 후반전'을 돕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센터를 찾은 분들의 표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 나서야 "여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올 겨울 첫 한파에 평일 이른 시간이라 한적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은 엇나갔다. 전문교육 프로그램과 생애설계상담, 커뮤니티 모임 등이 이뤄지는 2층 '배움터' 공간은 인생 후반을 준비하려는 중장년층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이상욱씨(53)는 "이곳은 단순히 인생 이모작 지원을 넘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 곳"이라고 말했다. S사 자동차회사 판매지점장이었던 이 씨는 지난 2014년 회사 방침에 따라 조기퇴직을 했다.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일자리가 사라진 후의 삶은 막막함, 그자체였다. 이 씨는 "일과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나에게 퇴직은 사형선고와 같았다"며 "갑자기 늘어난 가족과의 시간도 부담스러워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술만 마셨다"고 퇴직 후인 당시 상황과 심경을 털어놨다.

그런 이 씨에게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권한 것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아내 황 모씨(51)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면 퇴직 후의 삶도 얼마든지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씨를 독려했다.

이 씨가 센터에서 처음 접한 프로그램은 '인생설계아카데미'. 제2인생설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 퇴직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이 곳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30여 명의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해 현재 이들과 '한양길라잡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길라잡이'는 옛 한양의 유적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탐방·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다.
뿐만 아니라 이 씨는 평소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쌓은 역사와 유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센터 내 '열린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문화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일과 나, 내 가족과 같이 좁은 틀에 갇혀 살아왔던 나에게 이모작지원센터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곳"이라며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내가 기여할 수 있음에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퇴직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퇴직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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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이 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다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금융권 퇴직자인 노모 씨(59·여)의 사례도 귀담아 들을 만했다. 2010년 5월까지 36년간의 금융권 재직샐활을 마친 노 씨는 지난 2014년 센터를 처음 찾은 후 '인생설계아카데미' 3기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민생침해예방교육 강사 등 자신의 전직 경력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노 씨는 "이모작지원센터를 찾은 후 생전 처음 맞이한 온전한 내 시간을 성과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의미있게 활용하고 싶다고 느끼게 됐다"며 "퇴직 5년차에야 도심권50+센터를 만나 이모작에 다가가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노 씨는 지난해에는 센터 내 '스마트 50+ SNS전문가 양성과정'과 '열린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SNS와 파워포인트 활용 등 전문강사의 역량을 높이고, 이후 금융감독원의 금융전문강사 자격까지 취득하면서 현재는 민생침해예방교육 강사 뿐만 아니라 중학교 내 경제금융교육 강의 활동도 하고 있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50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넘쳤고 눈에 생기가 돌았다. 부부가 함께 센터의 지원을 받아 협동조합 구성 준비를 하고 있다는 고영수(57)씨는 "퇴직 후 사회에서나 집안에서나 내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우울증까지 앓았다"며 "우연히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퇴직 후 부부 및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치유프로그램을 듣게 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았고,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즐겁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고 씨의 아내도 "인생이모작이라는 것이 단순히 퇴직 후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인생 후반을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라는 걸 느꼈다"며 "남편과 함께 성공적인 인생후반전에 도전해보려 한다"고 다짐했다.
▲퇴직 후 부부관계를 재정립하는 은퇴설계콘서트 '꽃보다 아내, 꽃보다 남편'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사진=도심권50+센터)

▲퇴직 후 부부관계를 재정립하는 은퇴설계콘서트 '꽃보다 아내, 꽃보다 남편'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사진=도심권50+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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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종로구에 처음 문을 연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지난 2년간 총 1만여 명의 인생 이모작을 도왔다. 지난해는 이용(참여)자 수가 목표치를 훌쩍 넘어선 7239명에 달했다.

김정태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50+센터) 센터장은 "퇴직자들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는 것만이 인생 이모작의 다라고 할 수는 없다"며 "본인의 관심사나 전 직장 경력을 살려 사회공헌이나 재능기부 등을 함으로써 좀 더 의미있고 행복한 인생 후반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센터 설립의 취지"라고 말했다.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올해 50+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기능도 교육컨설팅이나 강좌보다는 현장밀착형으로 탈바꿈한다. 강연이나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생활에서 실현시키고 특정 활동이나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서울시와 협의한 올해 센터 이용자 수 목표는 1만명"이라며 "이분들이 센터 내의 여러 프로그램과 지원사업을 거름 삼아 인생 이모작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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