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웃돈이 붙은 분양권은 실거래가로, 분양가 이하로 팔린 분양권은 분양가로 과세하도록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지해 시행했다. 그 사실은 까마득히 모른 채 묻혀 있다가 실제 세금 납부 고지서를 받은 분양권 거래 당사자들에 의해 지난 주말에야 널리 알려졌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18일 행자부는 지방세법 시행령을 추후 개정, 마이너스 프리미엄인 분양권 거래 때도 실거래가로 취득세를 과세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렇다면 행자부의 '치고 빠지기식' 정책 행위에 면죄부를 줘야 할까. 그럴 수는 없어 보인다.
두 달 만에 정책이 표변,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도 정부는 믿어달라고 반복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민감한 세금문제조차 납세자들과 공감 없이 밀어붙였다가 민심이 들끓으니 허둥지둥 긴급 수정했다. 국민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수정했으니 '탄력성 높은' 정부라고 해석해 달라는 얘긴가.
정부 부처간 긴밀한 협의가 아쉽다. 납세자와 시장 전반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는 점을 담당자들이 충분히 간파했다면 주택정책 주무부처에 의견을 사전에 구했을 것이고, 정책 되물리기 사태가 빚어질 리 만무했다. 행자부가 지자체를 좌우하는 막대한 권한과 예산을 쥐고 있는 경제부처인만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사안의 경중을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관계부처와 전문가 협의는 그 선결조건이다. 그래야만 "정부3.0이란 캐치프레이즈가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