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에 어울리는 농익은 라틴의 향기
「아브락사스(Abraxas)」나 「슈퍼내추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아미고스(Amigos)」 역시 산타나의 이런 능력이 잘 드러난 앨범이다. 「아미고스」 역시 두 곡을 빼면 나머지 멤버들이 작곡한 곡으로 트랙을 채우고 있다. 동시에 록밴드를 기본 포맷으로 삼되 라틴록이라는 정체성이 꾸준히 유지되며 기타리스트로서의 산타나가 돋보인다. 알록달록한 재킷만큼이나 첫 곡 “댄스 시스터 댄스(Dance sister Dance)”가 라틴의 향기를 짙게 드리운다. “렛 미(Let Me)”나 “렛 잇 샤인(Let it Shine)”처럼 펑크(funk)의 느낌이 강한 곡들도 있고, 사이키델릭 록 스타일의 곡도 있으나 앨범 전반의 배후에 있는 라틴 스타일의 리듬은 기존의 밴드들의 음악문법과는 상당히 다르며 신선함과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앨범이 진정 뛰어난 점은 듣기 편하다는데 있다. 라틴의 고유한 정서는 우리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쉽지만 세련된 이 앨범은 처음 들을 때에도 상당히 술술 넘어간다. 오후에 커피 한 잔 마실 때 혹은 퇴근 후 친구와 들른 바에서 나오면 좋을 것 같은 노래들. 감정의 격앙이나 과잉 없이 편안하게 다듬어진 이국적인 멜로디와 리듬 속에서 열정·슬픔·우울·나른함·환희 같은 공통적인 감정이 환기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산타나의 음악적 역량을 의심하며 서두를 시작했으나 산타나는 역시 전설로 남을 뮤지션이다. 일렉트릭 기타라는 대단히 서구적인 악기를 들고 제 3세계의 색깔을 유지한 꾸준함과 그가 달성한 음악적·상업적 성과는 무척 위대한 것이었다. 최근 산타나의 언행을 보면 자신을 존 레논이나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과 같은 수준의 뮤지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평론가>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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