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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⑬] Santana - Amigo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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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에 어울리는 농익은 라틴의 향기

[아시아경제] 솔직히 말해서 뮤지션으로서 카를로스 산타나의 능력이 아주 엄청난 건 아니다. 그는 결코 폴 매카트니처럼 모차르트적인 재능은 (당연히) 갖지 못했고 지미 헨드릭스처럼 기타를 연주할 수도 (절대로) 없다. 그럼에도 그는 훌륭한 뮤지션이다. 그는 라틴 록이라는 매력적이고 특별한 장르에 일생을 바친 열정을 지니고 있으며, 앨범의 색깔과 질을 유지할 줄 아는 기획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산타나의 「슈퍼내추럴(Supernatural)」도 후배들의 곡으로 앨범을 채웠었다는 점을 기억해보면, 그의 특별함은 작곡이나 기타리스트로서의 역량보다는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앨범을 지휘하는 능력에 있다고 봐야 한다.

「아브락사스(Abraxas)」나 「슈퍼내추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아미고스(Amigos)」 역시 산타나의 이런 능력이 잘 드러난 앨범이다. 「아미고스」 역시 두 곡을 빼면 나머지 멤버들이 작곡한 곡으로 트랙을 채우고 있다. 동시에 록밴드를 기본 포맷으로 삼되 라틴록이라는 정체성이 꾸준히 유지되며 기타리스트로서의 산타나가 돋보인다. 알록달록한 재킷만큼이나 첫 곡 “댄스 시스터 댄스(Dance sister Dance)”가 라틴의 향기를 짙게 드리운다. “렛 미(Let Me)”나 “렛 잇 샤인(Let it Shine)”처럼 펑크(funk)의 느낌이 강한 곡들도 있고, 사이키델릭 록 스타일의 곡도 있으나 앨범 전반의 배후에 있는 라틴 스타일의 리듬은 기존의 밴드들의 음악문법과는 상당히 다르며 신선함과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카를로스 산타나의 기타 연주도 지나칠 수 없다. 고급스러운 톤과 현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그의 스타일은 라틴이라는 어휘가 떠올리게 하는 노란 태양이나 석양의 이미지와 참 닮았다. “텔 미 아유 타이어드(Tell Me Are you Tired)” 종반의 기타 솔로나 “테이크 미 위드 유(Take Me With You)”의 공격적인 오버드라이브 톤도 좋지만 결국 이 앨범 최고의 연주는 “유로파(Europa)”다. 남성 스킨로션 광고에 어울릴 이 곡은 기타 초보자가 즐겨 도전하지만 정작 완성하기에는 꽤 어렵다. 기타 고수 산타나의 연주가 금방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할 리 없지 않은가. “지구의 눈물 천국의 미소(Earth’s Cry Heaven’s Smile)”라는 다소 거창한 부제를 지닌 이 곡은 「슈퍼내추럴」로 부활하기 전까지 산타나 자신보다 유명한 곡으로 있었다.

이 앨범이 진정 뛰어난 점은 듣기 편하다는데 있다. 라틴의 고유한 정서는 우리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쉽지만 세련된 이 앨범은 처음 들을 때에도 상당히 술술 넘어간다. 오후에 커피 한 잔 마실 때 혹은 퇴근 후 친구와 들른 바에서 나오면 좋을 것 같은 노래들. 감정의 격앙이나 과잉 없이 편안하게 다듬어진 이국적인 멜로디와 리듬 속에서 열정·슬픔·우울·나른함·환희 같은 공통적인 감정이 환기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산타나의 음악적 역량을 의심하며 서두를 시작했으나 산타나는 역시 전설로 남을 뮤지션이다. 일렉트릭 기타라는 대단히 서구적인 악기를 들고 제 3세계의 색깔을 유지한 꾸준함과 그가 달성한 음악적·상업적 성과는 무척 위대한 것이었다. 최근 산타나의 언행을 보면 자신을 존 레논이나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과 같은 수준의 뮤지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평론가>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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